사회

한국 행복지수 58위…경제 규모와 삶의 만족도 사이의 간극

세계 각국 시민의 삶의 만족도를 비교한 국제 조사에서 한국은 중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보다 낮은 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성장과 시민의 삶의 만족도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웰빙연구센터가 발표한 ‘2025 세계행복보고서’따르면 핀란드는 행복 점수 7.736점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조사됐다. 핀란드는 조사에서 8연속 1위를 유지했다.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스웨덴 역시 상위권에 포함되며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번 보고서는 147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연구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개인의 선택 자유, 관대함, 부패 인식 여섯 가지 요소를 종합해 국가별 행복도를 산출했다. 경제 수준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공동체 경험을 함께 고려한 평가 방식이다.

한국의 행복 점수는 6.038점으로 5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여섯 계단 하락한 결과다. 최근 동안 한국의 순위는 폭의 변화 없이 중위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162위, 202259위, 202357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쟁 상황에 있는 국가들의 순위도 눈길을 끌었다. 이스라엘은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8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러시아는 66위, 우크라이나는 111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가 상황과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사회적 관계가 행복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공동체 경험이 개인의 행복감과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함께 식사하는 경험을 하나의 생활 지표로 제시했다. 여러 국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다른 사람과 식사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반대로 혼자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 선진국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최근 행복지수 하락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동아시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1가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혼자 생활하는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개인화된 생활 방식과 경쟁 중심 사회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공동체 경험이 줄어들수록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 관계의 밀도가 낮아질수록 삶의 질에 대한 체감 역시 달라질 있다는 분석이다.

행복지수 논의는 단순한 국가 순위를 넘어 사회 구조를 돌아보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제 성장과 시민의 삶의 만족도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국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행복 순위는 중위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 문화와 경쟁 중심 사회 구조, 사회적 신뢰 수준 등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 구조가 개인의 일상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책 논의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한민국 행복정책 페스티벌’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성장을 넘어 국민의 행복을 국정 목표로 삼아야 한다”말했다. 그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이 국제 행복지수에서는 중위권에 머무르는 현실을 언급하며 삶의 중심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원은 또 “행복은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권리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책무”라며 “국민총행복증진법 제정을 통해 경제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국민 삶의 질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말했다.

전문가들은 행복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시민 사이의 신뢰와 공동체 경험, 사회 안전망과 같은 환경 요인이 삶의 만족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핀란드가 오랜 기간 가장 행복한 국가로 평가된 배경 역시 이러한 사회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적인 복지 제도와 높은 사회적 신뢰가 시민의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행복 순위가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경제 성장 이후 사회가 어떤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삶의 만족도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것인지, 사회 구조와 공동체 환경 속에서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있다.

[사진:포시오 리시툰투리 국립공원 / 핀란드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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