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신간] 인간은 무엇으로 흔들리고, 무엇으로 다시 읽히는가

최수철의 실험소설부터 정세랑의 쓰기 산문, 한글 신화 비판까지

이번 주 신간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이해하는가. 소설은 의식의 균열을 따라 인간 내면의 빛을 더듬고, 인문서는 도덕과 문자, 편향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세계의 토대를 다시 묻는다. 문학과 과학, 역사와 생태, 창작론과 문자론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도착하는 곳은 익숙한 믿음의 해체다.

최수철의 장편소설 《아우라》는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세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아포리즘적 장편소설로, 주인공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중심 서사와 별개의 토막 이야기들이 교차한다. 두 가지 서체를 활용해 이야기의 결을 나누는 형식도 눈에 띈다. 현실과 꿈, 자아와 균열, 기억과 환상이 겹치면서 소설은 ‘아우라’라는 내면의 빛을 쫓는다. 실험적 형식과 밀도 높은 문체를 통해 정신적 자유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최수철 지음·문학과지성사·1만9800원.

구리야마 나오코의《AI조차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간의 뇌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인지 편향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살핀다. 가짜뉴스, 소셜미디어, AI의 답변 등 정보 과잉 시대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판단의 오류에 빠지는지 보여준다. 책은 편향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편향이 생기는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더 나은 판단을 훈련하는 데 초점을 둔다. AI 시대의 문제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객관적인가가 아니다. 인간의 편견을 배운 기계가 다시 인간의 판단을 강화할 때,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구리야마 나오코 지음·지소연 옮김·웨일북·1만8800원.

오한진의 《호기심으로 편력해 본 독일 문인들》은 한국 독문학계 원로가 구순을 넘긴 나이에 써 내려간 회고와 문학적 편력의 기록이다. 저자는 독일 유학 시절 만난 은사와 학자들을 떠올리며, 평생 독문학을 공부해온 시간을 되짚는다. 괴테와 그림 형제 등 독일 문학가들의 가족애와 인간적 면모를 조명하고, 무명 시절의 초기작이나 미완성작을 번역해 소개한다. 거장의 이름 뒤에 가려진 불안과 고뇌, 삶의 세부를 꺼내 보이는 책이다. 오한진 지음·지학사·2만6000원.

수나우라 테일러의 《상처를 끄는 존재들》은 장애와 환경오염, 군산복합체와 생태 파괴를 하나의 문제로 연결한다. 관절굽음증이 있는 저자는 고향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돌아가 자신의 장애와 지역의 독성 오염 사이의 관계를 추적한다. 책은 1950년대 초반 미국 공군과 계약을 맺은 방위산업체들이 사막지대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폐기하기 시작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라딘에 등록된 국내판 정보에 따르면 이 책은 2026년 6월 출간됐으며, 원제는 Disabled Ecologies다. 장애를 개인의 몸에 생긴 예외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오염된 환경과 느린 폭력 속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생태적 문제로 읽게 하는 책이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송은주 옮김·오월의봄·2만9000원.

정세랑의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는 5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이번 책에서 창작자로서의 ‘쓰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문학을 “느리게 세상을 소화하는 일”로 바라보며, 요약되지 않는 감각과 오래 머무는 문장의 의미를 말한다. 조선일보는 이 책을 소개하며 장르를 제대로 쓰려면 충분한 독서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현실적 조언에 주목했다. 책에는 독자의 호불호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피해야 할 동업자는 어떤 사람인지 등 작가 지망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도 담겼다. 정세랑 지음·마음산책·1만7000원.

강명관의 《한글, 불편한 진실》은 한글을 둘러싼 익숙한 찬사를 다시 검토한다. 한글은 흔히 가장 우수하고 민주적인 문자로 불린다. 그러나 저자는 한글 창제와 보급의 역사에 덧씌워진 신화를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종이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서사만으로는 당시의 사회적 조건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민과 여성, 노비에게는 문자를 익힐 시간과 물적 조건이 부족했고, 오히려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사족 계층이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한글의 가치를 낮추기보다, 한글을 둘러싼 역사적 현실을 더 복합적으로 보게 만드는 책이다. 강명관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이번 신간 목록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함’에 대한 불신이다. 《아우라》는 자아가 하나의 안정된 실체라는 믿음을 흔들고, 《AI조차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기술의 객관성에 대한 기대를 의심한다. 《상처를 끄는 존재들》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염된 세계의 증상으로 읽고, 《한글, 불편한 진실》은 문자에 부여된 민족적 신화를 역사적 조건 속으로 되돌려 놓는다.

책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출발하지만, 공통적으로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어온 아름다움, 지성, 언어, 도덕, 창작, 몸의 기준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인가. 이번 주 신간을 읽는 일은 새 책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세계를 다시 의심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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