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공연 전시

학교예술강사 2027년 예산 살아날까…27년 문화예술교육 다시 분수령

학교에서 국악과 연극, 영화, 무용 등을 가르치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다시 분수령에 섰다. 2024년부터 국비가 크게 줄면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2027년도 예산에서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다시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예술강사의 일자리나 처우 문제로만 보는 것은 사안의 절반만 보는 일이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전문 예술인이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참여해 교사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이다. 결국 지금 정부가 마주한 질문은 예산을 얼마 늘릴 것인가를 넘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가에 가깝다.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지난 8월 24일이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 확대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성석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예술강사전국분과장을 만났다.

최 장관은 현장에서 2027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교육부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노조 측은 이후 단식을 중단했고, 양측은 노정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장관의 방문으로 농성은 일단락됐지만 예산 문제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편성될 2027년도 예산에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어떤 규모와 구조로 반영되는지가 정책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사업 기준 지원 대상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교육부 인가 각종학교다. 국악·연극·영화·무용·만화·애니메이션·공예·사진·디자인 등 8개 분야의 전문 예술강사가 학교에 배치돼 담당 교사와 협력수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이 사업은 방과후 취미활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교과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예술가의 전문성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 구조다.

규모도 작지 않았다. 공개된 2024년 추진 실적을 보면 전국 초·중·고교 등 8,482개 학교에 예술강사 4,805명이 파견됐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일부 지역이나 특정 학교에 국한된 실험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국 단위 교육정책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사업이 최근 몇 년간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다. 2024년부터 중앙정부 국비가 줄기 시작했고, 2025년 관련 예산은 2023년과 비교해 약 86%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강사와 관련 단체들이 사업 자체의 존속을 우려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상황은 올해 일부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학교예술강사 인건비 문제와 관련해 원상복구를 지시한 이후, 5월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185억원이 집행됐다. 당장 사업을 운영할 재원이 보강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예술강사 측이 문제 삼는 지점은 별도로 존재한다. 문체부 국고를 통한 인건비 지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필요한 예산을 다른 재원으로 보완했다고 해서 매년 반복되는 재정 불확실성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학교예술강사 논란은 ‘예산을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단순한 찬반 문제에서 벗어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사업을 앞으로 누가,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책임질 것인가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구조적으로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의 경계에 놓여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 운영기관 등이 사업에 함께 관여한다.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관점에서는 문체부 사업이지만 실제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은 학교이고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는 교육당국이다.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구조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재정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반대로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쪽의 예산이 줄어들 때 다른 기관이 이를 얼마나 보완해야 하는지,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역할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가 매년 쟁점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예술강사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2026년에도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예술강사의 학교 배치와 교육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수요의 소멸보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재정 구조에 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이 사업을 문화정책으로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문화 접근성’에 있다.

학생이 학교 밖에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르다. 공연장이나 미술관, 문화시설과 민간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풍부한 대도시와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는 경험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 역시 사교육 형태의 예술교육을 받을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이런 차이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매일 이용하는 공적 교육 공간이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 전문 예술가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예술에 관심 있는 일부 학생을 지원하는 정책만이 아니라, 문화적 경험의 출발선을 넓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화시설이나 전문 예술교육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학교예술강사의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학생이 직접 극장이나 전시장을 찾아가기 어렵더라도 학교 안에서 연극과 영화, 국악, 무용, 사진과 공예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예술강사 예산 문제는 예술인의 고용정책과 학생의 교육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

강사의 고용이 지나치게 불안정하면 장기간 학교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예술교육 인력이 다른 영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숙련된 예술강사가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활동하면 학생의 수준과 학교 환경을 이해하는 교육 경험도 축적될 수 있다. 강사의 안정성과 수업의 연속성이 일정 부분 연결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이 있다. 예산을 과거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7년 동안 이어진 사업이라면 재정 안정과 함께 정책 효과를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 몇 시간의 수업을 제공했는지뿐 아니라 학생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얻었는지, 지역에 따른 예술교육 접근성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지, 학교와 강사의 협력수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술교육의 성과는 일반적인 정부사업보다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악 수업을 받은 학생의 문화적 감수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연극 활동이 표현력과 협업 능력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를 하나의 숫자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참가 학교 수나 수업 시수만으로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 교육의 지속성, 지역별 접근성, 전문 강사의 경험 축적,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수준 등을 함께 보는 보다 정교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2027년도 정부 예산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휘영 장관은 학교예술강사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장관의 의지와 실제 정부 예산안은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2027년 예산에 얼마가 반영되는지뿐 아니라 어떤 재원으로 편성되는지다.

문체부와 교육부 등 관계 기관의 역할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부담 구조가 보다 명확해지는지, 예술강사 인건비와 처우 문제를 일시적인 보완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형태로 설계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해마다 예산 편성 시기마다 사업의 존속 여부가 논란이 된다면 학교도 장기적인 수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강사 역시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2027년 예산 논의에서는 단순한 금액 증액을 넘어 이 사업을 앞으로 어떤 국가 문화예술교육 체계 안에 둘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학교예술강사 문제를 둘러싼 단식농성은 끝났다. 그러나 정책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27년간 이어진 사업을 해마다 예산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단년도 사업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변화한 학교와 지역 환경에 맞춰 안정적인 문화예술교육 제도로 다시 설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시험 성적이나 취업률처럼 효과가 곧바로 숫자로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 가치까지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생이 국악기를 처음 만지고, 친구들과 연극을 만들고, 카메라로 세상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공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움이다.

결국 2027년 학교예술강사 예산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예술강사 몇 명을 지원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지역이나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학생이 학교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어느 정도까지 공공의 책임으로 보장할 것인가. 27년 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다시 분수령에 선 지금,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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