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콘진원, 콘텐츠 기업 ‘슈퍼 지식재산’ 육성 체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가 케이-콘텐츠 기업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슈퍼 지식재산(IP)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 체계 개편에 나선다. 콘텐츠 제작 단계에 집중돼 있던 기존 지원 방식을 창업, 성장, 투자, 실증,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 구조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학계와 산업계, 금융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콘텐츠 기업육성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 기업 지원 전략을 논의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지난 20년 가까이 빠르게 성장해 왔다. 문체부와 콘진원의 ‘2024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2005년 57조 3천억 원에서 2024년 157조 4천억 원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는 20조 원에서 56조 9천억 원으로 약 2.9배 늘었다. 케이-콘텐츠가 단순한 문화상품을 넘어 국가 경제와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은 콘텐츠 기획과 제작, 유통 방식 전반을 바꾸고 있으며, 글로벌 플랫폼과 유통망을 중심으로 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의 작품이나 캐릭터, 세계관이 다양한 장르와 산업으로 확장되는 IP 중심 구조가 중요해지면서, 콘텐츠 기업 역시 단순 제작사를 넘어 독자적인 IP를 보유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협의체 논의는 콘텐츠 산업의 특수성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했다. 콘텐츠는 제조업이나 일반 기술 산업과 달리 소비자가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고, 소수의 흥행작이 큰 수익을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실패 가능성과 투자 불확실성이 높고, 제작비 투입 시점과 수익 회수 시점 사이의 간극도 크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산업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협의체에서는 정부 지원의 방향 역시 ‘얼마나 더 지원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콘텐츠 기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 반응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와 데이터 기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정부가 직접 선별하고 지원하는 방식보다 민간 시장의 판단과 투자 결정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대형 흥행작 중심의 산업 구조 속에서도 틈새 장르와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기업이 등장할 수 있어야 산업 전반의 건강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제작 현장에서는 제작진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팬덤 기반 사업과 IP 수익 모델을 결합해 외주 제작을 넘어 독립적인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공유됐다.
금융 지원과 관련해서는 문화산업 보증제도의 보완과 민간 자금 유입 확대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콘텐츠 기업은 제작비가 먼저 투입되고 수익은 뒤늦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콘텐츠 산업의 위험 구조를 이해하는 금융지원 체계와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체부는 협의체 논의 결과를 토대로 콘텐츠 기업 육성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업 기업이 성장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 콘텐츠 창업 기업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화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을 위해 현지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임성환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콘텐츠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전략 산업인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슈퍼 IP 기업을 키우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지식재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업계, 학계와 협력하고, 민간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기업 지원 예산 확대를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