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사회

초등학생까지 내려온 아이돌…‘언더피프틴’ 시민사회단체 85곳 반발

[사진:’언더피프틴’ 참가자 프로필 사진 출처:SNS]

5세 이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K팝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이 시민사회 반발 속에서도 제작이 이어지면서, K팝 산업의 저연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85개 시민사회단체가 4월 25일 “즉각 폐기”를 촉구하며 집단 성명을 발표하면서 아이돌 산업이 어느 연령대까지 허락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이번 논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프로그램 기획 방식이다. ‘언더피프틴’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59명의 참가자를 선발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일부 참가자는 초등학생 연령대에 해당한다. 예고편과 프로필 공개 이후 “아동을 성적 대상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방송 편성이 취소됐지만, 제작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논쟁의 본질은 특정 프로그램이 아닌  K팝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연령 하향’ 흐름이 더 근본적이다.  실제로 아이돌 연습생 선발은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내려온 상황이며, 데뷔 연령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일부 그룹에서는 중학생 또는 그 이하 연령대 멤버가 포함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K팝은 팬덤 기반 산업으로, 팬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활동 기간을 길게 확보할 수 있고, 초기 팬덤을 형성할 경우 장기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어린 연령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돼 왔다.

여기에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이후 경쟁과 성장 서사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참가자의 연령과 서사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어린 참가자의 성장 과정은 감정 몰입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되며, 이는 곧 조회수와 화제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플랫폼 환경 역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튜브와 OTT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 구조에서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서사가 빠르게 확산된다. 어린 참가자가 경쟁과 탈락을 반복하는 스토리는 강한 주목도를 만들기 쉽고, 이는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성명에서 “참가 아동·청소년의 안전과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쟁 과정에서의 심리적 압박, 외모 평가, 대중 노출 등은 성장기 참가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쟁은 반복돼 왔다. 일본의 아이돌 산업은 오랜 기간 저연령 데뷔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아동 출연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 역시 2021년 오디션 프로그램 전면 금지 조치를 통해 미성년자 경쟁 콘텐츠를 제한한 바 있다. 이는 서바이벌 포맷과 청소년 참여를 둘러싼 사회적 기준이 국가별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 데이터도 이러한 위험 신호를 뒷받침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K팝 종사자 심리상담 건수는 2011년 40건에서 2020년 69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이종임은 2021년 인터뷰에서 K팝 산업의 정신건강 문제가 구조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연습생 코치 출신 조정화 역시 같은 시기 “연습생 평균 연령이 10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장기 훈련과 경쟁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이 경쟁형 방송 포맷에 노출될 때의 위험성은 해외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아동청소년정신의학회 관련 연구에서는 어린이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이 장시간 노동 환경, 사생활 노출, 외모 평가 중심 구조를 동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인 시청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이 아동 참가자의 발달 단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국가 차원의 대응 사례도 존재한다. 중국은 2021년 미성년자가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면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아동 아이돌 그룹 논란을 계기로, 미성년자 경쟁 콘텐츠가 상업적 소비 구조에 과도하게 편입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산업 구조 차원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프로그램의 존폐를 넘어서, 미성년 참가자에 대한 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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