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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헤다 가블러’ 두 번 오른다…이혜영·이영애, 해석 경쟁이 된 고전

[사진:배우 이영애가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공=LG아트센터]

헨리크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러’20255국내 무대에서 서로 다른 해석으로 동시에 공연된다. 동일한 고전 텍스트가 같은 시기, 다른 제작 구조와 배우를 통해 병행 상연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면서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아트센터는 57일부터, 국립극단은 하루 뒤인 58일부터 각각 ‘헤다 가블러’무대에 올린다. 공연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치면서 관객은 동일한 작품을 방식으로 선택해 관람하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공연계에서는 공공극단과 민간 제작이 동일 레퍼토리를 동시에 선택한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작품 자체는 1891초연된 입센의 대표작으로, 결혼과 사회 구조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을 다룬다. 헤다는 연극사에서 가장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 하나로 평가되며,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배우들이 도전해 역할이다.

[사진:5월 8일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 컨셉 사진 /사진제공=국립극단]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배우의 해석 차이가 놓여 있다. 이혜영은 2012국립극단 초연에서 헤다를 연기하며 주요 연극상을 수상한 있다. 당시 그는 절제된 감정과 밀도 높은 연기로 ‘한국의 헤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13만에 같은 역할로 복귀하는 만큼, 기존 해석을 어떻게 확장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반면 이영애는 이번 작품을 통해 30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구축해온 이미지와 달리, 무대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과 에너지 전달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기 방식이 요구된다. 그는 20254제작발표회에서 기존 해석과 다른 방향의 캐릭터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변화를 예고했다.

연출과 제작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국립극단은 작품 해석과 연기 밀도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박정희 예술감독은 20254설명에서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을 억압하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헤다를 동시대적 인물로 재해석하는 초점을 맞췄다.

반면 LG아트센터는 대형 무대와 영상 기술을 결합한 시각적 연출을 강화했다. 1500규모 극장에서 가로 16m, 높이 10m 규모의 무대와 라이브 영상 요소를 결합해 스펙터클을 강조했다. 스타 캐스팅과 대형 공연장의 결합을 통해 관객 확장성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동일 텍스트를 두고 제작 방식이 갈리는 흐름은 공연시장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공연 제작 관계자는 “공공극단은 레퍼토리 축적과 해석 중심으로 접근하고, 민간 공연장은 시장성과 관객 동원력을 고려한다”며 “같은 작품이라도 제작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이라기보다 병행 구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반복돼 왔다. 입센의 ‘헤다 가블러’1891초연 이후 유럽 주요 도시에서 거의 동시에 여러 프로덕션이 제작됐으며, 런던과 베를린 등지에서 다른 해석의 공연이 병행 상연되기도 했다. 20세기 이후에도 브로드웨이와 영국 국립극장 등에서 서로 다른 배우와 연출이 같은 시기에 작품을 올리며 해석 경쟁 구도가 형성된 사례가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유사 흐름은 간헐적으로 나타나왔다. 셰익스피어 작품이나 체호프 희곡 고전 레퍼토리가 대학로와 공공극단, 대형 공연장에서 동시에 상연되며 해석 차이를 중심으로 관객 선택이 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동일 작품, 동일 시기, 스타 배우까지 결합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관객 소비 방식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일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하는 ‘중복 관람’ 형태가 나타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같은 인물을 배우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경우, 연기 스타일 자체가 선택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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