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 협회’ 출범했지만…진짜 변수는 베이징

서울에서 ‘K POP 한중평화협회’가 출범했다. 2016년 사드(THAAD) 갈등 이후 중국 내 한국 대중문화 유통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 창구를 다시 만들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장면을 곧바로 ‘한한령 해제’의 신호로 읽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의 쟁점은 협회 출범 자체보다, 중국이 한국 대중문화를 어떤 속도와 범위로 다시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이른바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공식 문서로 인정한 제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2016년 이후 한국 드라마, 예능, K팝 공연, 광고 출연이 잇따라 막히거나 취소된 상태를 사실상의 금지 조치로 받아들여 왔다. 로이터는 2022년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재개를 두고 “거의 6년 만의 재개”라고 보도했고, 2026년 1월에도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중국의 비공식적인 한국 문화 제한이 당장 풀리긴 어렵다”고 언급한바있다. 문화교류가 외교 상황의 부속 변수라는 뜻이다.
실제 흐름도 ‘전면 해제’보다는 ‘부분 완화’에 가깝다. 4월에는 한국 힙합 그룹 호미들이 중국 우한에서 공연하며 8년 만의 한국 가수 중국 본토 공연으로 주목받았고, 보이그룹 이펙스의 5월 푸저우 공연이 성사되면 2016년 이후 최대 규모 K팝 공연이 될 수도 있다. ‘해빙’이라는 단어보다는 ‘시험 운행’에 가깝다.
그럼에도 업계가 중국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콘텐츠산업 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약 140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때 30%에 가까웠던 중국 비중은 현재 10%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공연·음원·드라마·캐릭터·저작권 사업이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특히 K팝은 공연 허가 한 건이 음원 소비, 팬미팅, 브랜드 협업, 플랫폼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 단일 이벤트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다른 장르보다 크다.
학계에서도 한한령을 외교 갈등의 산물로만 보지 않는다. 문화정책 연구자인 권기영은 2017년 연구에서 “중국이 국가 이미지 관리와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외국 콘텐츠 통제 전략”으로 분석했다. 최근 미디어 연구에서도 유사한 시각이 이어진다.즉 한한령은 ‘풀린다/안 풀린다’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문화시장 개방을 어디까지 자국 정책 안에 편입시킬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K POP 한중평화협회’ 출범은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협회 대표를 맡은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신부호 한국본부장은 출범식에서 “K팝과 중국 전통문화가 원활히 오가도록 하여 한중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재한교민협회 왕해군 총회장도 “한중 문화교류의 역사적 에너지가 공동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협력 구상이 실제 공연 허가, 콘텐츠 유통, 플랫폼 편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정책 판단과 승인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