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누가 무대에 설 수 있나”…장애예술 둘러싼 접근권과 구조의 문제

장애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배우가 자신의 몸과 감각으로 역할을 완성한다. 여기에 수어 통역이 공연의 일부로 결합되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함께 바뀌고 있다. 연극 ‘젤리피쉬’장애를 소재로 작품을 넘어 공연예술의 제작 방식과 관람 구조를 동시에 흔드는 사례로 주목된다.

영국 극작가 웨더릴이 집필한 ‘젤리피쉬’2018런던 초연 당시부터 장애인의 사랑과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공연 역시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성 ‘켈리’연애와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백지윤이 주인공을 맡았다. 보호와 통제 속에 살아온 인물이 사랑과 자립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과 사회의 시선, 그리고 관계 갈등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은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그리기보다 일상과 선택의 문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서사와 차이를 보인다.

무대 구성도 특징적이다. 공연은 80동안 진행되며, 배우의 동작과 대사뿐 아니라 수어 통역이 동시에 펼쳐진다. 통역사는 별도의 장치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연기를 이어간다. 청각장애 관객 역시 동일한 시간과 흐름 안에서 공연을 경험할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같은 방식은 공연의 기본 전제를 바꾸는 시도다. 기존에는 장애 관객을 위한 별도 지원이나 분리된 관람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젤리피쉬’하나의 공연 안에서 다양한 관객이 동시에 참여할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공연계에서 논의되는 ‘접근성’ 개념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공연을 있게 하는 것을 넘어,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할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접근성 공연은 수어 통역, 자막, 음성 해설 추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해 제작 부담이 크다. 민간 공연 시장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기반 역시 제한적이다. 장애 배우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육과 훈련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프로젝트 단위의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활동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책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2023장애예술 지원 정책을 통해 배리어 프리 공연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개별 사업 중심 지원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해외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은 수어 통역 공연과 자막 공연, 감각 친화 공연을 정례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접근성 요소를 공연 제작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역시 일부 공연에서 장애 관객을 위한 서비스를 상시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연 접근성을 선택이 아닌 기본 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2024자료에서 장애인의 문화 향유를 권리의 문제로 규정하며, 이를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장애를 다루는 작품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재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자의 참여가 확대되지 않으면 표현의 다양성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젤리피쉬’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장애 배우의 참여와 접근성 공연이 결합된 구조는 공연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누구까지 포함할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사진: 연극 ‘젤리피쉬’ 출처=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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