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돼지기름, 다시 식탁으로…식문화 바꾸는 ‘지방의 재평가’

돼지고기 기름이 영양 평가에서 8위에 올랐다.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으로 분류돼 식단에서 멀어졌던 식재료라는 점에서 결과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영국 매체 BBC Future는 약 1000개 식품을 대상으로 영양 밀도를 분석한 뒤 상위 100개 식품을 선정했다. 이 평가에서 돼지고기 기름은 100점 만점 기준 73점을 받아 8위를 기록했다. 완두콩, 토마토, 고등어 등 일반적으로 건강식으로 분류되는 식품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평가는 단백질, 비타민, 지방산 구성,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된 지표다. 특정 영양소 하나가 아니라 식품 전체 구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기존 인식과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도 언급된다.
돼지고기 기름의 지방산 구성도 함께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단일불포화지방산 약 40~45%, 포화지방 약 35~40%, 다중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단일불포화지방산(모노언새추레이티드 패트·Monounsaturated Fat)은 혈중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 등에 포함된 지방과 유사한 성격의 성분이 일정 비율 포함돼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지방 섭취에 대한 연구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는 지방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총량보다 어떤 영양소로 대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포화지방을 줄이더라도 이를 정제 탄수화물로 대체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2017년 의학저널 The Lancet에 발표된 다국가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제시됐다. 지방 섭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식단이 전체 사망 위험과 관련해 낮은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단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돼지고기 기름에 대한 재평가가 곧 섭취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된다. 세계보건기구는 포화지방 섭취를 총 에너지 섭취의 10%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동물성 지방의 과도한 섭취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소비 흐름에서도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삼겹살 등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에는 지방을 제거하기보다 조리 방식과 식재료 선택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외식 업계에서도 동물성 지방 활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라드(돼지기름·Lard)를 활용한 튀김과 볶음 요리를 선보이며 풍미를 강조하고 있다. 전통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돼지고기 기름이 다시 선택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국내 학계 역시 지방을 단순히 줄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영양학회는 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것보다 불포화지방 중심의 식단 구성과 전체 균형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특정 식품 하나로 건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돼지고기 기름을 둘러싼 이번 결과는 식품을 바라보는 기준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처럼 특정 성분을 기준으로 식품을 구분하기보다, 식단 전체 구성과 섭취 방식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