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거짓 고소가 무너뜨리는 것들

군대에서 휴가를 가고 싶다는 이유로 선임병을 성추행 가해자로 허위 고소한 20대 군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사건은 단순하다. 실제 추행은 없었고, 고소는 거짓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남긴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 사람은 억울하게 성범죄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고, 군 조직은 불신을 떠안았으며, 성폭력 피해 신고 제도는 또 한 번 의심의 시선을 감당하게 됐다.

무고는 단지 ‘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수사권을 이용해 타인을 처벌 위험에 밀어 넣는 행위다. 특히 성범죄 허위 고소는 피고소인의 삶을 순식간에 흔든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이라도 성범죄자로 지목되는 순간 명예, 인간관계, 군 생활, 장래 계획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재판부가 “형사처벌 위험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피의자로 조사받는 고통을 겪었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허위 신고가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성폭력 사건은 본래 말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피해자는 신고 과정에서 수치심과 두려움, 주변의 의심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허위 고소 사건이 부각될 때마다 사회는 쉽게 “혹시 거짓말 아닐까”라는 의심을 먼저 꺼내 든다. 거짓 신고 한 건이 진짜 피해자 수많은 명의 입을 막는 데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이유로 성폭력 신고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이것이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무고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피해 호소를 처음부터 거짓으로 몰아가는 문화는 더 위험하다. 성폭력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믿음도, 무조건적인 의심도 아니다. 신고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피신고자는 무죄추정과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두 원칙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켜져야 할 사법의 기본이다.

군대라는 공간에서는 이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 군은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이다.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렵고, 반대로 허위 신고가 이뤄졌을 때 피신고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쉽지 않다.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서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 내부의 성폭력 신고·조사 체계는 일반 사회보다 더 섬세해야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를 보호하되, 피신고자의 인권도 함께 지키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범행 동기다. “휴가를 가려고” 허위 고소를 했다는 사실은 허탈함을 넘어 씁쓸함을 남긴다. 휴가가 그토록 절박했다면 군 내부 고충 처리나 상담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이유도 허위 고소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일탈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그런 비정상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여겼는지, 조직 안에서 정상적인 문제 해결 통로가 충분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법원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양형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남은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허위 고소는 장난도, 궁여지책도, 개인적 편의를 위한 수단도 될 수 없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폭력이며, 사법 절차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다.

동시에 우리는 이 사건을 성폭력 피해자 전체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거짓 신고를 엄벌하자는 말과 진짜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말은 함께 갈 수 있다. 오히려 함께 가야 한다. 무고를 가려내는 수사 능력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감수성은 모두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정의는 쉽게 기울어진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신고 제도가 신뢰받으려면 거짓 신고는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진짜 피해자가 믿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신고자를 향한 조롱과 낙인도 사라져야 한다. 군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병사들이 억울함 없이 조사받고, 두려움 없이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거짓 고소는 한 사람만 속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피해자 보호 제도, 수사기관, 군 조직, 그리고 사회 전체의 믿음을 함께 훼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을 분노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허위 신고에는 단호해야 하고, 실제 피해자 보호에는 더 단단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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