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가려고” 선임병 성추행 허위 고소한 군인 집행유예…법원 “무고 죄질 불량”

휴가를 받기 위해 같은 생활관을 쓰던 선임병을 성추행 가해자로 허위 고소한 20대 군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실제 추행 사실이 없었는데도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고 보고, 무고의 동기와 경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19일 보도된 서울북부지법 판결 내용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이재욱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육군 상병 A 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같은 부대 생활관을 사용하던 병장 B 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추행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경찰에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지난해 3월 강원 인제군의 한 경찰서를 찾아 B 씨가 생활관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취지로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지 군대에서 휴가를 가기 위해 피무고자로부터 추행당했다고 허위 고소했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를 고려할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무고죄는 타인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 성립한다. 형법 제156조는 무고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허위 고소로 인해 B 씨가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봤다. 다만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등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성범죄 혐의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전이라도 당사자의 명예와 군 생활, 대인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허위 신고의 파장이 작지 않다는 취지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B 씨와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이에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이번 판결은 군 내부 성폭력 신고 체계의 중요성과 함께, 허위 신고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도 동시에 보여준다. 군대처럼 폐쇄적이고 위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성폭력 피해 신고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허위 고소는 실제 피해자들의 신고 신뢰도를 훼손하고, 무고하게 지목된 사람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신고자의 진술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과 허위 신고를 가려내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 피해 호소를 처음부터 의심하거나 위축시켜서는 안 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진술의 일관성, 객관적 정황, 주변 증거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엄밀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수사기관과 지휘부에도 과제가 남는다.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을 때 신고자 보호와 피신고자 권리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신고자에게는 2차 피해를 막는 지원이 필요하고, 피신고자에게는 무죄추정 원칙과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허위 신고가 확인된 경우에는 개인 처벌에 그치지 않고, 왜 그런 동기로 신고가 이뤄졌는지, 군 내부 휴가·상담·고충 처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 신고 제도를 약화시킬 이유가 아니라, 더 정교하게 운영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진짜 피해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누구도 허위 신고로 부당한 낙인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군 조직 안에서 신뢰받는 신고·조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재발 방지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