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소년 SNS 중독, 문제는 아이아닌 알고리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식탁에서도, 침대에서도, 등굣길에서도 손가락은 화면 위를 미끄러진다. 부모는 말한다. “이제 그만 봐.” 교사는 걱정한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사회는 쉽게 결론을 내린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하고, 자기조절 능력이 약해졌다고. 그러나 정말 문제는 아이들뿐일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둘러싼 논의가 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SNS 중독을 개인의 습관 문제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많이 쓰는 아이, 참지 못하는 아이, 통제하지 못하는 가정의 문제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호주, 남미 등 여러 나라의 정책 흐름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왜 멈추지 못하는가. 그리고 누가 그 멈추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는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우연히 재미있는 공간이 된 것이 아니다. 무한 스크롤은 끝을 지운다. 자동 재생은 다음 선택의 순간을 없앤다. 개인화 추천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밀어 넣는다. 알림은 화면 밖으로 나온 플랫폼의 손짓이다. 이 장치들은 모두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더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광고가 노출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며, 더 큰 수익이 발생한다. 청소년의 몰입은 플랫폼 입장에서는 실패가 아니라 성과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의지가 약하다”,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부모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물론 자기조절 교육은 필요하다. 부모의 관심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 한 명의 의지와 가정의 훈육만으로 세계적 기술기업이 정교하게 설계한 중독성 구조를 이겨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어른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알고리즘의 흐름 속에서, 아직 판단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자라는 중인 청소년에게만 절제를 명령하는 것은 책임의 방향을 잘못 잡은 일이다.
이제 청소년 SNS 문제는 “얼마나 오래 봤느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그렇게 오래 보게 됐느냐”이다. 아이가 영상을 하나 더 본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인지, 자동 재생과 추천 알고리즘이 선택을 대신했기 때문인지 따져야 한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화면을 놓지 못한 것이 단지 게으름 때문인지,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관계 단절에 대한 불안이 결합한 결과인지 살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습관으로만 좁히면 해법도 잔소리와 차단 앱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플랫폼 규제가 정책 의제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성년자에게 개인화 추천 피드를 제한하거나, 일정 연령 이하의 계정 생성을 막거나,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거나,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 같은 설계 요소를 직접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청소년 보호의 책임을 가정과 학교에만 떠넘기지 않고, 플랫폼 기업에도 묻겠다는 것이다.
물론 규제는 간단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고, 연령 확인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생긴다. 해외 플랫폼에 국내 규제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지도 큰 과제다. 지나친 접근 제한은 청소년의 정보 이용권과 또래 관계 형성 기회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거친 금지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다. 무엇이 유해한 콘텐츠인지뿐 아니라 무엇이 유해한 구조인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감시 체계를 만드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금의 방치가 해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은 자신들이 단순한 게시판이나 중립적 통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하며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성장기 아이들의 불안, 인정 욕구, 또래 관계에 대한 민감성을 수익 모델의 재료로 삼는 구조라면 사회가 개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SNS 없는 세상이 아니다. 디지털 공간은 이미 아이들의 일상이고 관계이며 배움의 장이다. 문제는 그 공간이 아이의 성장에 맞게 설계돼 있는가이다. 아이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는 구조인지, 밤에는 쉬도록 돕는 기본 설정이 있는지, 위험한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추천되지 않는지, 광고와 상업적 유도가 아이의 취약성을 파고들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 안전한 놀이터에 울타리와 기준이 필요하듯, 디지털 공간에도 아이를 위한 공적 규칙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그만 봐”라고 말하는 일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플랫폼에도 말해야 한다. 아이가 멈출 수 없도록 설계하지 말라고. 아이의 시간을 수익으로만 계산하지 말라고. 보호받아야 할 성장의 시간을 알고리즘의 먹이로 삼지 말라고.
청소년 SNS 중독은 아이의 의지 부족이라는 낡은 설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그것은 기술 설계의 문제이고, 기업 책임의 문제이며, 사회가 아이의 시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아이에게 절제를 가르치는 사회라면, 플랫폼에도 절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청소년 보호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