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말 대신 몸짓으로 건네는 화해…국립무용단 신작 ‘귀향’

국립무용단의 ‘귀향’의 한 장면. 어머니 역은 장현수, 아들 역은 이석준이 맡았다. (c)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이 가족의 기억과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신작 ‘귀향’으로 관객과 만난다. 거창한 서사보다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말이 아닌 춤으로 그리움과 후회, 이해와 화해의 감정을 풀어내는 작품이다.

오는 4월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귀향’은 한국 춤 특유의 서정성과 연극적 서사를 결합한 무용극이다. 작품은 가족 안에 오랫동안 쌓여온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삶의 어느 순간 뒤늦게 마주하게 되는 사랑과 상실의 문제를 조명한다.

3일 열린 기자간담회와 시연에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감정의 깊이를 몸으로 밀어붙이는 무대라는 점이 먼저 드러났다. 어머니를 연기한 무용수의 움직임은 대사 없이도 긴 시간 쌓여온 애틋함과 외로움을 전달했고, 아들을 향한 마음을 삼키듯 쏟아내는 장면은 공연의 정서를 압축해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사자의 서’를 선보였던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의 두 번째 신작이다. 전작이 죽음을 매개로 삶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귀향’은 훨씬 더 가까운 자리에서 출발한다. 김 감독은 그동안 비교적 큰 주제와 철학적 문제를 다뤄왔지만, 결국 관객과 깊이 닿기 위해서는 고향과 부모, 가족처럼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건드려본 감정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바탕에는 김성옥의 시 ‘귀향’이 놓여 있다. 이를 토대로 무대는 세 개 장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장은 생의 끝자락에 선 어머니의 현재를 비추고, 두 번째 장은 멀어졌던 아들이 살아온 시간과 감정을 돌아보며 다시 어머니 쪽으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지막 장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으며 두 사람이 화해와 치유의 감각에 다가가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무용수들이 전한 감정의 무게도 작품의 방향을 짐작하게 했다. 어머니 역의 장현수는 시연 장면에서 흥얼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두고, 평소 익숙하게 떠오르는 노래와 자신의 어머니를 함께 떠올리며 감정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역할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더 짙은 연민과 애틋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아들 역의 이석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가장 소중한 관계를 뒤로 미룬 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에 임하며 그런 현실을 떠올렸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무대에 진심을 담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늦은 깨달음이 이 배역의 중요한 정서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맡은 장윤나 역시 모성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중심 같았던 아들을 잃어가는 상실감이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들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함과 원망이 남는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단순한 슬픔을 넘어 오래 남는 뭉클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향’은 결국 가족 이야기다. 하지만 그 가족은 특정한 집안의 서사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기억의 자리로 확장된다. 멀어졌던 관계, 제때 건네지 못한 마음, 사라지기 전에 비로소 알아차리는 사랑 같은 것들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한국 춤의 움직임 안에 이런 정서를 담아내며, 국립무용단은 보다 직접적으로 관객의 감정과 만나는 무대를 시도하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본 공연에 앞서 4월 9일 안무가 해설과 주요 장면 시연을 함께 볼 수 있는 오픈 리허설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을 미리 이해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무대의 감정선과 창작 의도를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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