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 벌채·기후위기 겹치자 모기 매개 감염병 뎅기열·말라리아 증가

삼림 벌채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모기의 흡혈 대상이 인간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시기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감염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이 감소할수록 모기가 인간을 더 많이 흡혈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존에는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피를 빨던 모기가 인간을 주요 숙주로 선택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교와 오스왈도 크루즈 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대서양 삼림 지역에서 52종의 모기를 채집해 분석했다. 1700여 개체 가운데 혈액을 흡입한 암컷을 선별해 DNA를 조사한 결과, 확인 가능한 샘플에서 인간 혈흔이 다수 검출됐다.
연구진은 “자연 숙주가 줄어든 환경에서 모기가 인간을 주요 혈액원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경은 삼림 파괴다. 브라질 대서양 삼림은 한때 130만㎢ 규모였지만 현재는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다양한 동물이 사라지면서 모기의 먹이 선택지가 감소했다. 동시에 개발 지역에 인간이 밀집하면서 접촉 기회가 늘었다.
이 변화는 감염병 확산 구조와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말라리아 환자는 연간 약 2억 명, 사망자는 60만 명 수준이다. 뎅기열은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감염 위험 지역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는 감염병 확산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기후 변화와 함께 모기 서식 범위가 확대되면서 유럽과 북미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토착 뎅기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미국 내 모기 매개 질환 증가 추세를 보고하고 있다.
핵심은 ‘숙주 집중’이다. 모기가 다양한 동물을 흡혈할 경우 병원체 전파가 분산되지만, 인간 중심으로 집중될 경우 전파 효율이 높아진다.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기후 변수까지 겹친다.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 번식 속도가 빨라지고 바이러스 증식도 활성화된다. 전파 주기가 짧아진다.
도시화도 영향을 미친다. 고밀도 주거 환경과 물 고임 지역이 증가하면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된다. 특히 개발도상국 도시 외곽 지역에서 위험이 크다.
세계보건기구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뎅기열 감염자는 2019년 약 520만 명에서 2023년 6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감염 지역도 확대되면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말라리아의 경우 2022년 환자 수가 약 2억4900만 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감소세가 둔화되거나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방역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살충제와 모기장 중심 대응에서 백신과 유전자 기반 모기 통제 기술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문제를 환경 문제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본다. 삼림 벌채와 생물 다양성 감소가 지속될 경우 모기의 숙주 구조가 더욱 인간 중심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