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창작 과정도 보상해야’…김민석 총리, 기초예술 지원 구조 전환 시사

“K컬처 키운 건 ‘기초예술’…김민석 총리 ‘지원 방식 바꾼다’”

[사진: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열린 연극인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총리실 

K컬처 확장 전략의 전제가 바뀌고 있다. 완성된 콘텐츠의 성과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창작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정책 의제로 올라왔다. 정부가 기초예술 지원 방식을 기존 결과 중심에서 창작 과정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월 20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연극인 간담회에서 “공연 횟수와 수익 중심의 지원 체계를 넘어 창작 과정과 노동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연극과 같은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K컬처가 지속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관계 부처와 공유하고 예술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책임 있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게임과 방송 등 상업 콘텐츠 산업 현장 방문 이후 이어진 일정이다. 정부가 K콘텐츠 산업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초예술을 별도의 정책 축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담회에 참석한 연극인들은 공연 공간 부족과 높은 대관료 부담으로 인해 창작 활동 지속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배우와 스태프 대부분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구조 속에서 생계 불안과 경력 단절이 반복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는 연극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 음악, 무용 등 기초예술 전반에서 유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창작 기간은 길지만 수익 회수는 불확실한 특성상 결과 중심 지원 체계에서는 창작 노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현재 지원 방식은 공연 횟수, 관객 수, 매출 등 가시적 성과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개발 과정과 준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노동과 비용이 정책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김 총리가 언급한 ‘창작 과정 보상’은 이러한 구조를 겨냥한 것이다. 결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제작 전 단계까지 정책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이 문제는 문화 정책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와도 직결된다. 드라마와 영화, OTT 콘텐츠로 확장되는 주요 IP의 상당수가 웹툰과 문학, 연극 등 기초예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초예술은 콘텐츠 산업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초기 단계에서는 소규모 창작 환경에서 출발해 이후 대형 산업 콘텐츠로 확장되는 과정을 거친다. 기초예술이 IP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투자 흐름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형성돼 왔다. 제작비 규모가 크고 수익 회수가 빠른 상업 콘텐츠에는 자본이 집중되는 반면, 창작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기초예술은 공공 재원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유지되면서 산업 성장과 기반 사이의 간극이 확대된 상태다.

이러한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콘텐츠 산업의 장기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작 인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면 IP 공급 자체가 줄어들고, 이는 산업 전체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기초예술 문제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린 것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 지원 확대가 아니라 창작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하겠다는 접근이다.

향후 정책은 창작 환경, 보상 구조, 고용 안정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공연 공간 부족 문제는 공공 공연장 확충과 대관료 구조 개선을 통해 접근될 가능성이 있으며, 창작 과정에 대한 지원 확대는 개발 단계와 제작 준비 과정까지 정책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다.

고용 구조 역시 주요 과제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반복되는 불안정 고용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거나 경력 단절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 설계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정책 전환에는 재정 부담이 따른다. 기초예술은 시장에서 수익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공공 재원 투입이 필수적이며, 정책 효과 역시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 전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창작 기반이 약화될 경우 산업 성장 자체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앞으로도 연극인을 비롯한 문화예술 종사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K컬처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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