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촉법이라 괜찮다”는 거짓말…중학생 절도 내몬 10대에 실형

“촉법이라 괜찮다”는 거짓말…중학생 절도 내몬 10대에 실형[c]파르트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를 악용해 어린 중학생들에게 절도를 시킨 1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단순한 무인매장 절도 사건을 넘어, 촉법소년 제도를 범행 도구처럼 이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재판부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단독 이창경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특수절도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18세 A군에게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소년법상 만 19세 미만 소년에 대해서는 형기를 장기와 단기로 나누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을 19세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인천 지역 무인매장 여러 곳에서 만 13∼14세 중학생 3명에게 8차례에 걸쳐 모두 249만5000원을 훔치도록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일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에 해당했다.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보호 절차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조사 결과 A군은 중학생들에게 “너희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훔친 돈을 나눠 갖자고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행 대상이 될 매장의 위치와 이동 경로까지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이 들통난 뒤에는 중학생 중 한 명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차량 절도를 다시 강요한 혐의도 적용됐다.

A군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후배와 함께 인천의 주점 등을 찾아 음식과 술을 주문한 뒤, 업주에게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17차례에 걸쳐 약 2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았다. 청소년 신분을 이용해 업주의 약점을 노린 공갈 범행까지 반복한 셈이다.

재판부는 A군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A군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어린 중학생들을 이용했고, 일부가 형사미성년자라는 점까지 계산해 절도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을 범죄 소굴에 빠지게 하는 범행”이라고 질타했다.

양형 과정에서는 재범 정황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A군은 앞서 절도와 폭력 혐의 등으로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고 약 1년간 수용됐으나, 임시 퇴원한 뒤 6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저지른 범행이 30건을 넘고, 구속 이후 구치소에서도 다른 수용자에게 음란 행위를 강요해 징벌을 받은 점 등을 언급하며 교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번 사건은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다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022년에도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제도 악용 우려를 이유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조정 등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촉법소년 제도가 범죄에 악용된다는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촉법소년을 더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법원이 주목한 부분은 18세 청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방패막이처럼 내세워 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이다. 처벌 공백을 노린 계산된 범행이 어린 중학생들을 또 다른 범죄의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무인매장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구조상 청소년 절도나 상습 절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번 사건은 무인점포 범죄가 단순한 생계형 절도나 우발적 일탈을 넘어, 취약한 영업 구조와 소년법상 연령 기준을 함께 노린 조직적 범행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A군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촉법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로 어린 학생들을 범죄에 끌어들인 사건은, 법의 보호 취지를 악용하는 순간 그 피해가 업주뿐 아니라 청소년 자신에게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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