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디지털 성범죄, 아는 사람에게 당한 피해 늘었다…딥페이크 등 합성 범죄도 확산

[사진:법무부에서 제작한 딥페이크 홍보물. 제공:법무부]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가해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촬영 중심이던 범죄 양상도 합성·편집, 사이버 괴롭힘 등 기술 기반 범죄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16일 공개한 ‘2025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지난해 모두 1만637명의 피해자에게 상담,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연계 등 총 35만여 건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체 지원 인원은 전년보다 3.2% 늘었다. 이 가운데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은 31만802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규 피해자는 줄었지만,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원을 받은 사례는 오히려 증가했다. 한 번 유포된 영상이나 이미지가 다시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단발성 대응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였던 가해자 사례는 1301명으로, 1년 전보다 29.8% 증가했다.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한 범죄는 감소했다.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가해자 역시 크게 늘었는데, 이는 인공지능 기반 합성·편집 기술이 확산되면서 익명성을 띤 범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피해 유형을 보면 ‘유포 불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불법 촬영, 유포, 유포 협박, 합성·편집 피해가 뒤를 이었다. 피해자 1명이 평균적으로 1건을 넘는 복합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 단일 범죄가 아니라 여러 형태의 피해가 중첩되는 양상도 드러났다.

특히 합성·편집 피해 증가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불법 촬영 피해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합성·편집 피해는 16.8%, 사이버 괴롭힘은 26.6% 늘었다. 디지털 성범죄가 전통적인 촬영물 중심에서 딥페이크 같은 인공지능 기반 조작 범죄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 피해가 두드러졌다. 전체 피해자의 77.6%가 이 연령대에 집중됐고, 합성·편집 피해만 놓고 보면 10~20대 비중이 90%를 넘었다. 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활발한 연령층이 기술 기반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별 차이도 컸다. 전체 피해자 가운데 여성은 75.4%로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합성·편집 피해는 여성 피해 건수가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딥페이크 등 불법 합성물이 주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겨냥해 제작·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포 피해 역시 여성 피해가 훨씬 많았다.

플랫폼별 삭제 지원 현황을 보면 불법 유해 사이트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가 뒤를 이었다. 삭제 지원 과정에서 확인된 사이트 서버는 미국에 가장 많이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고, 호주와 네덜란드 등 해외 서버도 적지 않았다. 피해 영상물 차단과 삭제가 국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은 해외 플랫폼과의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 영국 인터넷감시재단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외 서버 기반 불법 콘텐츠에 대한 삭제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불법 게시물을 올리는 사이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신속한 유통 차단 체계도 보완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 지원단’을 출범시키고, 아동·청소년 대상 예방교육 콘텐츠도 새로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더 은밀하고 기술적으로 진화하는 동시에,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 안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 유형이 복잡해진 만큼 삭제 지원과 수사, 예방교육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대응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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