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혼인신고로 ‘처벌 회피’ 노렸지만…법원 “사기 결혼은 무효” 실형 유지

배우자 사이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노리고 혼인신고를 한 뒤 수억 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법원은 혼인 자체가 사기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보고, 배우자 관계를 전제로 한 처벌 면제 규정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5월부터 7월까지 주점 업주 B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4억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며 접근했고, 모텔 인수 등을 이유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혼인신고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자 A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재산을 넘겨주겠다”고 설득했다. 이후 혼인신고가 이뤄졌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금전 편취가 이어졌다.

A씨는 재판에서 “부부 사이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며 형법상 친족상도례 적용을 주장했다.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혼인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실제로 함께 생활하지 않았고, 결혼식이나 신혼여행 등 통상적인 혼인 과정이 없었으며, A씨가 자신의 신분을 허위로 알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혼인신고는 오로지 금전을 편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혼인을 무효로 봤다. 이에 따라 배우자 관계를 전제로 한 친족상도례 적용 역시 배제됐다.

법적 쟁점은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였다. 이 조항은 가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벌을 면제하는 규정이지만, 최근 그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A씨는 이 결정을 근거로 범행 시점 일부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해당 규정을 적용할 전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형 판단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이후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반성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심 이후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욕설을 한 정황도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형식상 혼인신고가 이뤄졌더라도 실제 혼인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 면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핵심은 관계의 실질이다. 법원은 혼인신고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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