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위기 넘고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한국 독립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오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흘간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정부 예산 전액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영화제는 영화계 연대와 국회의 예산 복원 조치에 힘입어 정상 개최를 확정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는 5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슬로건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For Films to Come, We Need You)’와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모은영 신임 집행위원장은 “예산이 복원되면서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게 됐다”며 “역대 최다 출품과 상영작을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외연을 한층 넓히겠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1805편이 출품됐다. 장편 215편, 단편 1590편으로 지난해보다 101편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장편 43편, 단편 84편 등 모두 127편이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돼 CGV압구정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측은 상업영화 시장 침체 속에서 개인 연출 데뷔작과 저예산 창작이 늘어나며 출품 편수가 최근 4년 평균인 1550편을 크게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립영화 출품 통계는 한국 영화 제작 생태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올해 증가세는 창작의 동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개막작은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무관한 당신들에게’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유일한 연출작 ‘미망인’(1955)의 소실된 마지막 장면을 네 명의 감독이 각자의 상상력으로 복원한 단편 연작으로, 고전영화를 동시대적 시선으로 다시 해석한 작업이다.
본선 경쟁 부문에는 장편 12편과 단편 35편이 올랐다. 장편 부문 심사는 남동철 프로그래머, 이언희 감독, 배우 전여빈이 맡고, 단편 부문은 김미영, 박경근, 유진목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신인 감독 발굴 프로그램인 ‘새로운선택’은 올해부터 장편 중심의 단일 부문으로 개편돼 차세대 감독군을 보다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배우 권해효가 기획한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은 8회를 맞아 역대 최다인 7757명이 지원해 3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선발된 24명은 12월 1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본선 무대에 오르며, 이 가운데 6명에게 상금이 수여된다.
권해효는 “25년째 영화제와 함께하며 새로운 배우들을 감독들에게 소개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변우석이 후원하는 단편 지원사업 ‘SIFF X 변우석: Shorts on 2025’도 올해 새롭게 마련됐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공모에는 483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고, 변우석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선정작을 영화제 기간 중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올해 영화제는 ‘페스티벌 초이스’,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일본 감독 미야케 쇼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영화의 현재와 가능성을 폭넓게 조명한다. 모 위원장은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의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2001년부터 공동 주최해온 민관협력 영화제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예산안에서 독립영화제 개최지원사업이 폐지되며 지원금 4억원이 전액 삭감됐지만, 영화인들의 문제 제기와 국회의 예산 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원이 재개됐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단순히 한 영화제가 회복된 데 그치지 않고, 독립영화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 자산임을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