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도, 대기업 직함도 있는데…왜 김부장은 행복하지 않을까

서울에 자기 집이 있고,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에서 25년째 일한다. 겉으로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다. 하지만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조건을 손에 쥔 사람은 왜 여전히 불안하고, 또 왜 좀처럼 행복해지지 못하는가.
지난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송희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김낙수는 통신 대기업에서 일하는 50대 부장으로, 스스로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라고 소개하며 자존감을 확인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붙들고 있는 이 문장은 곧 그의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집과 직함, 연차와 조직 내 위치 같은 사회적 표식이 곧 자기 존재의 증거가 된 삶인 셈이다.
드라마는 이 인물을 단순한 풍자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김낙수는 회사에서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늘어놓고, 위로는 임원 자리를 넘보며, 옆으로는 동기와 비교하고, 아래로는 후배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남보다 앞서고 싶어 하면서도 도태될까 두려워하는, 익숙한 한국의 중년 직장인이다. 승진과 부동산에 집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유롭고 쿨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모순 역시 현실적이다.
이 역할을 맡은 류승룡은 1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에서 50대 직장인의 복합적인 초상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자칫 전형적인 ‘꼰대’로 소비될 수 있는 인물을 밉기보다 안쓰럽게, 우습지만 동시에 쓸쓸하게 만든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문법을 충실히 따라왔지만 정작 자기 삶의 기준은 잃어버린 사람의 표정이 류승룡의 연기 안에서 살아난다.
드라마는 원작의 부동산 서사를 일부 덜어내는 대신 가족 이야기를 강화했다. 특히 아들 김수겸과의 갈등은 작품의 또 다른 축이다. 아버지는 대기업 입사를 안정된 삶의 정답으로 믿지만, 아들은 스타트업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어 한다. 같은 집에 살지만 삶의 좌표가 전혀 다른 두 세대의 충돌은, 이 드라마가 단지 중년 남성의 초상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요소다. 성공을 둘러싼 기준이 세대에 따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은 한 시대의 성공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공식이 더는 개인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는 시대를 보여준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내 집 마련이 삶의 완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김부장의 불안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 다수의 자화상에 가깝다.
결국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김낙수가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기보다 자신을 규정해온 수식어들을 하나씩 떼어내며 다시 자기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여한 성공의 이름표와 실제 삶의 만족 사이의 간극, 바로 그 틈에서 ‘김부장 이야기’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