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뀐 ‘베토벤’, 이번엔 고뇌와 투쟁에 집중…박효신·홍광호 더블캐스팅

뮤지컬 ‘베토벤’이 3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 돌아온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6월 9일부터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토벤’을 공연한다. 이번 시즌은 초연 당시의 부제였던 ‘베토벤 시크릿’을 덜어내고 작품명 자체를 ‘베토벤’으로 정리했다. 이름의 변화는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제작진은 이번 재연을 두고 서사와 음악, 무대 연출 전반을 다시 짠 새로운 버전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길 매머트가 이번 작품을 이른바 ‘베토벤 2.0’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연이 ‘불멸의 연인’과 로맨스적 미스터리에 무게를 실었다면, 이번 시즌은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한 예술가의 내면과 투쟁에 훨씬 더 집중한다. 배경은 여전히 1810년 오스트리아 빈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사랑의 비밀보다 베토벤이 두려움과 불신, 고통을 통과해 마침내 교향곡 9번 ‘합창’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동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초연에서 지적받았던 서사의 이질감을 덜어냈다는 점이다. 매머트는 초연 당시 베토벤의 연인으로 그려졌던 안토니 브렌타노의 역할을 이번에는 뮤즈이자 조력자 쪽으로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19세기 유럽 문학에서는 익숙할 수 있는 유부녀와의 삼각관계 설정이 한국 관객에게는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결국 이번 재연은 ‘베토벤을 둘러싼 연애담’이 아니라, 베토벤이라는 인물 그 자체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 가깝다. 이는 초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관객 수용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대목은 인터뷰 발언과 현재 공개된 제작 방향을 종합한 해석이다.
음악적 재구성도 대대적이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이번 시즌은 ‘월광’, ‘비창’, ‘열정’ 소나타와 ‘합창’ 교향곡 등 베토벤 원곡의 선율을 활용하되,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을 맡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 비중을 크게 늘렸다. 초연이 베토벤의 음악을 르베이 스타일로 편곡해 배열한 인상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두 층위의 음악을 더 깊게 통합해 하나의 뮤지컬 언어로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클래식 원전의 권위와 뮤지컬 넘버의 드라마를 따로 놓지 않고, 베토벤의 정신 세계를 음악 구조 자체로 설득해 보겠다는 시도다.
관객 기대를 가장 크게 끌어올리는 요소는 역시 캐스팅이다. 초연의 중심이었던 박효신이 다시 베토벤 역으로 돌아오고, 여기에 홍광호가 새로 합류한다. EMK가 공개한 캐스팅에 따르면 토니 역에는 윤공주·김지현·김지우, 카스파 역에는 신성민·김도현이 이름을 올렸다. 이미 탄탄한 팬덤과 티켓 파워를 가진 두 남자 주연의 더블캐스팅은 이번 시즌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1차 티켓 오픈도 4월 중 예정돼 있어 시장 반응은 조기 과열 가능성이 크다.
길 매머트가 박효신과 홍광호를 두고 “흥미로운 대비”라고 표현한 것도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박효신은 섬세한 내면에서 힘이 배어 나오는 타입이고, 홍광호는 강한 외면 속에서 유약한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배우다. 같은 베토벤이라도 해석의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효신의 베토벤이 상처와 침잠, 예민한 감정선을 따라간다면, 홍광호의 베토벤은 보다 직접적인 에너지와 폭발력을 통해 인물의 투쟁성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더블캐스팅이 단순한 스타 마케팅이 아니라, 한 인물을 서로 다른 결로 증명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 ‘베토벤’의 승부수는 분명하다. 초연의 화제성을 반복하는 대신,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예술가 베토벤의 정신사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사랑의 비밀과 미스터리보다 청력 상실과 창작 고통, 그리고 끝내 ‘환희’에 도달하는 여정을 전면에 세우면서 작품은 더 보편적이고 단단한 드라마를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박효신과 홍광호라는 전혀 다른 결의 배우가 같은 인물을 나눠 연기하면서, 이번 재연은 단순한 리바이벌이 아니라 사실상 재창작에 가까운 새 시즌으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