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은 30년을 기록하고, 서울대미술관은 차원을 확장한다

가을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서울 종로와 관악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각을 확장하는 두 전시에 주목할 만하다. 성곡미술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미술관 자체의 시간을 돌아보는 기획전을 선보였고, 서울대미술관은 예술을 통해 다차원적 경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는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역사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창작 소재로 삼아 국내외 작가 14명이 신작으로 응답한 자리다. 회화와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가 한 공간에 모이며, 성곡미술관이라는 장소가 품어온 시간과 기억을 새롭게 환기한다.
전시에서는 특히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작업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 내부를 하나의 입체적 캔버스로 삼은 뒤 특정 지점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평면 이미지가 완성되는 방식의 작품으로,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공간 인식이 달라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익숙한 미술관 공간이 작품이 되는 순간, 관람객은 전시장을 단순히 보는 데서 나아가 직접 감각하게 된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는 ‘차원확장자’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 전시는 예술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과 감각의 층위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상의 연작시, 백남준의 악보, 김호남의 설치 작업 등 약 60점이 출품돼 문학과 음악, 영상, 설치를 넘나드는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호남의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은 그중에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세계 여러 지역의 서버와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거리와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데이터 전송의 시간차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연결망의 물성과 비가시적 구조를 체감하게 만든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열린다.
한쪽이 미술관이라는 장소의 기억과 시간을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면, 다른 한쪽은 매체와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차원을 상상하게 한다. 올가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두 전시는 서로 다른 언어로 공간과 감각의 가능성을 묻는다는 점에서 나란히 곱씹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