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김아름, 화려함보다 오래 남는 울림을 택한 연주자
악보의 구조와 흐름을 따라 진정성 있는 해석 추구
“음악은 설명보다 전달… 관객 마음에 작은 여운 남고 싶다”

무대 위 연주자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종종 강한 존재감이나 선명한 개성을 먼저 기대한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김아름이 스스로 말하는 연주의 중심은 조금 다르다. 그는 해석을 과장해 앞세우기보다, 악보 안에 놓인 구조와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만드는 일에 더 무게를 둔다. 화려함보다 진정성, 과시보다 설득, 자극보다 여운. 이번 듀오 리사이틀을 앞둔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언어는 그가 어떤 연주자인지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김아름은 이번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로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꼽았다. 모차르트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상상력, 베토벤의 구조적 긴장과 에너지, 쇼스타코비치의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정서는 시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국 같은 본질을 향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향해 있다는 점, 바로 그 공통의 흐름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느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아니스트 김아름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시대 나열이 아니다. 고전주의의 명료함에서 출발해 점차 감정과 표현의 폭이 확장되고,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언어와 사운드를 탐색하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는 구성에 가깝다. 특히 김지현 작곡가의 ‘Moving Light’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축으로 제시된다. 김아름은 이 작품을 통해 축적된 전통의 끝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감각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연주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도 인상적이다. “악보에 담긴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연주.” 이 짧은 문장에는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태도가 그대로 압축돼 있다. 그는 음악을 자기 해석으로 덮기보다, 악보 자체가 가진 문장과 질서, 호흡이 먼저 살아나도록 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연주에서 가장 뚜렷한 색깔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서정성과 균형감, 그리고 음과 음 사이의 호흡”을 말한다. 듣는 이가 억지로 끌려오기보다, 부담 없이 음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싶다는 설명도 같은 결을 이룬다.
이 같은 연주관은 독일 유학 시절을 거치며 더욱 분명해졌다. 피아니스트 김아름은 그 시간을 자신의 음악적 전환점으로 꼽는다. 단순히 연주 기술을 다듬는 차원을 넘어, 작품의 구조와 시대적 배경, 작곡가의 의도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얻은 시기였다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도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면서, 그는 정답을 찾기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전환이 아니라, 연주를 대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그의 유학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도 흥미롭다.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에서 공부하던 당시, 지도교수 Karl Betz는 시험이나 연주를 앞둔 제자들을 종종 집으로 초대했다. 식사를 함께하고, 연주를 나누고, 밀도 있는 레슨을 이어가는 시간 속에서 음악은 교실 바깥의 삶과 맞닿았다. 피아니스트 김아름이 특히 오래 기억하는 순간은 함께 공부하던 동료들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 20번, 21번을 3일에 걸쳐 나누어 연주했던 경험이다. 그는 이 시간을 “한 작곡가의 내면을 천천히 따라가는 여정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평소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의 마지막 시기 작품들을 그렇게 나누어 들었던 경험은, 음악을 향한 그의 감수성을 더욱 깊게 만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곡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역시 결국 악보다. 작곡가가 남긴 모든 기호와 구조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출발점이고, 그 위에서 음악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기술적인 완성도와 음악적 이해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 피아니스트 김아름에게 연주는 그 균형을 향한 끝없는 조율에 가깝다.
이번 무대는 첼리스트 김경란과의 듀오 리사이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아름은 듀오의 핵심을 “얼마나 깊이 듣고 반응하느냐”에서 찾는다. 리허설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 모든 과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신뢰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첼로와 피아노는 음색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색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듀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현대 창작곡에 대한 접근도 그만의 태도를 보여준다. ‘Moving Light’ 같은 작품은 기존의 해석 전통이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열린 태도로 접근하게 된다고 했다. 작곡가의 의도를 직접 이해하려는 노력, 새로운 음향과 표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태도, 그리고 연주자로서 훨씬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고전 레퍼토리와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미 정리된 길을 걷는 연주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의 언어를 함께 세워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
관객에게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자, 피아니스트 김아름은 다시 한 번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말했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연주자, 자연스럽게 다가가면서도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하는 연주자. 이 답변은 그의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처럼 읽힌다. 스승에게서 오래 기억에 남은 조언으로 “음악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들려주는 것이다”를 꼽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연주자가 앞서 나가기보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믿음, 결국 그 믿음이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연주를 이루는 중심축에 놓여 있다.

무대 직전의 마음을 묻는 질문에서는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답이 나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늘 두렵고 긴장되는 편이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지금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는 “그저 오늘 연주가 무사히 잘 마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서 그 긴장 속에서도 자신이 음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진실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붙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두려움 위에 책임감이 자리 잡은 셈이다.
이번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는 “각자의 마음 속에 작은 여운이 남는 공연”을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답변은, 그의 연주가 지향하는 자리를 다시 또렷하게 보여준다. 크고 화려한 장면보다 오래 남는 감정, 즉각적인 자극보다 천천히 스며드는 울림이 피아니스트 김아름이 지향하는 음악의 방식인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언어는 조용하고 절제돼 있다. 하지만 그 절제는 소극성보다 오히려 방향의 분명함에 가깝다. 구조를 존중하되 차갑지 않고, 서정성을 품되 감정 과잉으로 흐르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과장하기보다 음악이 더 정확히 전달되도록 길을 여는 연주.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이번 무대는 그런 태도가 실제 음악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