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신간 ‘주술왕국’, 권력과 주술의 결합을 역사와 현실 속에서 추적

신간 ‘주술왕국’

권력은 왜 반복해서 주술과 결합하는가. 신간 ‘주술왕국’은 한국 정치와 역사 속에서 권력이 비합리적 신념과 어떻게 맞물려 왔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 김가현은 조선시대 군주들과 현대 정치 사례를 나란히 놓고, 통치자의 불안과 정통성 위기가 주술 의존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분석한다.

책은 최근 한국 정치에서 불거진 무속 논란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특정 시기 정치권에서 제기된 주술 논란이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권력의 한 양상일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조선의 군주 가운데 연산군, 광해군, 고종을 주요 사례로 불러낸다.

저자에 따르면 연산군은 감정 통제에 실패한 통치자였고, 내면의 불안과 분노를 다스리는 대신 주술에 의존했다. 이 과정에서 굿을 관장하던 성수청의 위상이 높아졌고, 왕권과 무속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광해군의 경우에는 정통성 불안과 정치적 압박이 주술적 요소와 결합한 통치 환경을 만들었다고 책은 해석한다. 고종 시대에는 관우 신앙과 무속적 조언이 정치적 결정과 결합한 사례를 통해, 왕실 권위 강화와 주술적 상징이 맞물린 모습을 짚는다.

이 책의 특징은 이런 과거 사례를 현재와 연결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현대 정치에서도 권력 주변에 주술적 상상력과 상징 조작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비교를 통해 현재를 해석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과거와 현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하는지는 독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역사적 유비가 통찰을 줄 수도 있지만, 시대적 맥락의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으면 과도한 평행이론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권력이 주술에 끌리는 이유를 개인의 기이한 취향이나 일탈로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권력자의 불안, 정당성의 취약함, 제도보다 비선과 상징에 기대려는 유혹이 결합할 때 주술이 정치 안으로 침투한다고 본다. 결국 주술은 원인이기보다, 불안정한 권력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책은 마지막에 시민의 역할도 강조한다. 저자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나 신화적 서사에 기대기보다, 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민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술의 문제를 단지 기괴한 에피소드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권력 감시와 제도 회복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주술왕국’은 역사서와 시사 비평의 중간 지점에 놓인 책으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군주들의 사례를 통해 오늘의 정치 문화를 비춰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지만, 동시에 역사적 비교의 타당성과 현실 적용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불러올 만한 책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