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우울·불안으로 병원 찾은 아동·청소년 11만명 넘어…진료 증가, 위험 신호이자 접근성 확대의 결과

[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이 지난해 11만명을 넘어섰다. 이미지:파르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이 지난해 1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사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진료 인원 증가는 실제 정신건강 문제의 심화만이 아니라, 상담·진료 접근성이 일부 높아진 결과일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10대 이하 아동·청소년은 11만5264명이었다. 이 가운데 우울증 진료 인원은 7만5233명, 불안장애는 4만31명으로 집계됐다.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2020년 우울증 진료 인원이 4만808명, 불안장애 진료 인원이 2만3204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년 사이 각각 84%, 73% 늘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전체 인구 기준으로도 정신건강 관련 진료 수요는 늘고 있다. 지난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전체 인원은 200만2914명으로, 전체 인구의 3.9% 수준이었다. 여성은 128만9789명, 남성은 71만3125명으로 여성 진료 인원이 더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관련 진료 인원이 147만7402명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누적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런 통계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진료 인원 증가는 실제 환자 수 증가를 반영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과거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고 병원을 찾는 문턱이 다소 낮아진 결과일 수도 있다. 즉 숫자 증가 자체가 곧바로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이 같은 비율로 악화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층에서 증가 폭이 유독 크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 신호로 읽힌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정신건강 지표와 자살 관련 통계가 함께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자살률도 높은 수준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우울과 불안 진료 증가를 단순한 통계 변화로만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업 경쟁, 또래 관계, 가정환경, 디지털 환경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진료 인원이 늘어도 필요한 지원이 충분히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아동·청소년은 증상이 있어도 조기에 발견되지 않거나, 치료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병원을 찾은 아이들보다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아이들이 더 큰 사각지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 통계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숫자 증가보다,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체계가 충분한가에 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연결된 조기 개입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진료 인원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취약성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공적 지원 체계의 문제로 함께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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