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마다 반복되는 충돌…공간·권리 기준 없는 ‘갈등 구조’ 고착화
대구 도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반대 집회가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성소수자 행사와 공공 공간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집회의 자유와 통행권, 지역사회 가치 충돌이 맞물리면서 제도적 기준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제17회 대구 퀴어문화축제는 9월 20일 동성로 일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인식 개선과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과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공간은 제한됐다. 경찰은 차량 통행을 이유로 기존 2개 차로 사용 계획을 1개 차로로 축소했다.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현장에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방식으로 적용된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기독교 단체도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약 60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축제가 도심 통행을 방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대구퀴어반대본부 사무총장은 집회에서 “공공 공간에서 특정 성적 가치가 노출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측 간 충돌 방지를 위해 인력을 배치했고,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행사는 종료됐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도 퀴어문화축제 개최 시기마다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도로 사용 범위, 행진 허용 여부, 집회 장소를 둘러싼 행정 판단이 매년 쟁점으로 떠오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권고에서 “성소수자 집회 역시 헌법상 집회·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이유로 일정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집회 자유와 공공질서 유지가 충돌하는 구조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한 「집회의 자유와 공공질서 간 조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집회의 자유가 다수 참여를 전제로 하는 특성상 공공질서와 타인의 권리와 충돌할 가능성을 내재하며, 이에 대한 조정이 정책적으로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갈등은 문화다양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성소수자 권리를 공공 영역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종교·지역사회 가치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갈등의 원인을 ‘사건’이 아닌 ‘구조’에서 찾는다. 집회 허용 범위, 도로 사용 기준, 안전 관리 방식이 매번 개별 판단에 맡겨지면서 동일한 충돌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행사도 물리적 충돌 없이 종료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공공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유사한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