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지역 국립박물관 특별전 주목…전시 5선으로 보는 가을 나들이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국립박물관들이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여행객을 겨냥한 특별전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역별 전시는 역사적 의미와 시각적 볼거리를 함께 갖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일부는 전시 기간이나 작품 교체 일정이 제한적이어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전이 열리고 있다. 순종의 거처였던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 내부를 장식했던 벽화 6점을 한자리에서 공개한 전시다. 김규진, 오일영, 이용우, 김은호, 노수현, 이상범 등 당대 화가들이 참여한 작품으로, 근대 전환기 궁궐 공간의 변화와 미술 양식을 함께 살필 수 있다. 전통 궁궐 건축 안에 신식 시설과 실내 벽화가 도입된 시대적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일본 야마나시현립미술관과의 교류 전시로 ‘후지산에 오르다…’전을 진행 중이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자리로, ‘붉은 후지’로 널리 알려진 ‘개풍쾌청’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다만 호쿠사이 작품은 보존 규정에 따라 2주 단위로 교체되는 만큼, 특정 작품 관람을 원하는 경우 전시 일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조몬 토기와 전국시대 관련 자료 등 부가 전시물도 함께 구성됐다.
국립공주박물관의 ‘한성, 475-두 왕의 승부수’전은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 장수왕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5세기 동아시아 정세를 조명한다. 외교와 전쟁을 바둑 기보에 빗대 설명하는 구성이 특징이며, 백제·고구려 관련 무기와 갑옷, 외교 교류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함께 전시된다. 실감형 영상도 마련돼 있어 역사 서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다만 연출 요소가 강한 만큼, 전시의 해석 틀을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관람객 판단에 달려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전을 통해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손칼을 공개하고 있다. 649년 봉안된 뒤 오랜 세월 원형이 훼손된 유물들을 과학 분석과 보존 처리 끝에 선보이는 전시다. 손잡이와 칼집 재료 분석을 통해 외래 수종과 물소뿔, 대모 장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백제 문화의 대외 교류 양상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유물 자체보다도 보존과 복원의 과정을 통해 고대 문화의 국제성을 해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전이 열리고 있다. 암행어사의 기원과 상징, 실제 활동상을 다룬 전시로, 마패를 포함한 관련 유물 100여 건이 소개된다. 박문수와 남구만 등 암행어사 관련 인물 자료도 포함돼 있다. 대중문화 속 익숙한 이미지에 비해 제도적 실체를 자세히 알 기회가 적었던 만큼, 조선시대 행정과 감찰 체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연휴 전시들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지역 박물관이 소장품과 기획력을 통해 관람객을 끌어들이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에 집중됐던 문화 향유를 다른 도시로 넓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연휴 기간 인기 전시는 관람객이 몰릴 수 있고, 일부 전시는 회차 운영이나 작품 교체 등 변수도 있는 만큼 방문 전 운영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