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집회 명동서 확산…외국인 밀집 지역 ‘갈등 시험대’

[사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 도심에서 반중 성향 집회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의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와 집단을 겨냥한 구호가 공개적으로 등장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공공 안전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26일 경찰과 집회 주최 측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단체 ‘민초결사대’ 회원 약 400명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중국공산당 아웃”, “부정선거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최근 피살된 미국 보수 활동가를 언급하며 “우리가 찰리 커크다”라고 외쳤다. 집회 이후 참가자들은 한국은행, 소공로, 종각역을 거쳐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집회가 열린 명동 일대는 주한 중국대사관과 인접한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은 지역이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은 상권 특성상 특정 국가를 겨냥한 집회가 반복될 경우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감지됐다. 일부 상인과 체류 외국인 사이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12일에도 해당 단체의 명동 진입을 제한했으며, 이날 집회에도 ‘마찰 유발 행위 금지’ 조건을 부과했다. 외교 공관 인근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문제는 이러한 집회가 특정 집단을 겨냥한 메시지를 공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주장과 달리 대상이 명확한 경우 사회적 갈등이 일상 공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재일 외국인을 겨냥한 거리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논쟁이 격화됐다. 2016년 제정된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은 특정 민족이나 국적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언동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장소에서 혐오 표현이 포함된 집회를 제한하거나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도입했다.
유럽에서도 대응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독일은 형법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선동을 처벌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포함해 혐오 표현 규제 범위를 확대해 왔다. 프랑스 역시 인종이나 국적을 근거로 한 혐오 발언에 대해 형사 처벌을 적용하고 있다. 공공 공간에서의 표현이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대신, 폭력 선동이나 직접적 위협으로 이어질 경우에 한해 제한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근에는 대학 캠퍼스와 도시 공간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시위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국가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공공 공간에서의 혐오 표현이 사회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지만, 외교 공관 인근이나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표현이 반복될 경우 외교적 긴장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 사이의 기준 설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공개 발언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핵심적 기본권이지만, 타인의 권리와 공공질서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2023년 국회 토론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도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 과정에서 욕설이나 물리적 충돌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외교 공관 주변 집회가 반복될 경우 추가적인 제한 조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도심 집회가 관광지와 외교 공간을 동시에 관통하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집회의 자유와 혐오 표현 규제, 공공 안전을 둘러싼 기준 설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