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애니 제작기간 3년→9개월…콘텐츠 제작 방식 바뀐다

인공지능(AI)이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적용되면서 제작 시간과 비용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일부 작품에서는 제작 기간이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IPTV방송협회가 서울 종로구에서 연 ‘AI와 스트리밍의 미래’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AI 활용 사례가 소개됐다. 제작, 유통, 추천 등 콘텐츠 전 과정에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2025년 공개된 SF 드라마 ‘영원한 항해자 에테르나우타(The Eternaut)’에 생성형 AI 기반 시각 효과를 적용했다. 건물 붕괴 장면 등 일부 시퀀스를 AI로 제작해 기존 방식보다 작업 속도를 단축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제한된 예산에서도 고급 시각 효과 구현이 가능해졌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픈AI의 지원을 받아 제작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크리터즈(Critterz)’는 2026년 개봉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아티스트의 스케치를 AI 모델에 입력해 영상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제작 기간과 비용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약 3년이 소요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약 9개월 내 완성을 목표로 한다. 제작비 역시 기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콘텐츠 생산 방식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작 인력과 장비 중심이던 구조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제작 과정은 자동화되고, 창작자는 기획과 설계 역할에 집중하는 형태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소규모 제작 환경에서도 영상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진다. 제작비와 시간이 줄어들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팀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일 생산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감독이나 스튜디오 중심으로 형성되던 작품 스타일이 데이터 기반으로 생성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정 장르나 표현 방식을 AI가 재현하거나 결합하는 방식이다.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해 콘텐츠를 생성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콘텐츠 소비와 제작의 경계가 일부 영역에서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산업 확장과 함께 문화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에서는 AI 도입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창작자의 역할 축소 가능성과 보상 구조 문제가 논의됐다.
저작권 분쟁도 현실화되고 있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NBC유니버설 등은 AI 기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콘텐츠가 활용됐다는 이유다. 해당 분쟁은 약 15억 달러 규모 합의로 이어졌다.
AI로 생성된 콘텐츠의 권리 귀속 문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창작 기여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저작권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I를 대체 수단이 아닌 도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란도스 CEO는 “AI는 창작자를 대체하기보다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며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AI 영향이 큰 직군으로 애니메이터와 시각효과(VFX) 아티스트가 꼽혔다. 제작 과정 중 일부 영역에서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이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작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콘텐츠 공급 방식과 경쟁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AI 활용도와 데이터 경쟁력이 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저작권 보상 체계와 기술 활용 방식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문화 생산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술 도입이 창작 과정과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