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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유머’로 소비하는 연예인…셀프 디스 전략, 효과있을까?

[사진:‘에스엔엘 코리아’ 배우 서예지가 출연 장면. 제공:쿠팡플레이]

배우 서예지가 최근 예능과 팬 소통 채널에서 과거 ‘가스라이팅’ 논란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논란 이후 연예인의 이미지 회복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4월 12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7’에서 그는 “크루들을 다 가스라이팅해서 재밌게 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4월 17일 팬 소통 플랫폼에서는 김정현 이름을 언급한 팬에게 “그 이름 금지, 스트레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다시 확산됐다. 서예지는 2021년 김정현 관련 논란 이후 2022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제 미성숙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장면을 가벼운 “셀프 디스”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최근 연구들이 자기비하 유머가 실제로는 꽤 정교한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5년 PubMed Central(PMC)에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유명인이 온라인 조롱이나 논란에 대응해 자기비하 유머를 사용할 경우 호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사건과 거리가 있는 일반 대중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연구도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산대 은석 로 교수와 이화여대 조세핀 미진 리 교수 연구를 소개한 부산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예능에서 자기비하 발화는 단순한 웃음 장치가 아니라 방어, 비난, 자기책망, 관계 조정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같은 자기비하라도 맥락을 잘못 읽으면 오해와 관계 긴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내가 먼저 웃기면 괜찮다”는 식의 단순 공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유머는 제한적으로만 권장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위기·위험 커뮤니케이션 지침은 자기비하 유머가 적대적인 청중에게 방어력을 낮추는 데 쓰일 수는 있지만,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적시한다. 특히 관련 당사자의 경험을 가볍게 만들거나 사안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기준을 연예인 논란에 대입하면, 사건이 단순 이미지 손상이 아니라 다른 당사자와 동료, 대중의 기억이 함께 얽힌 경우 유머 전략의 위험도는 더 커질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 차이는 더 분명하다. 2018년 케빈 하트는 과거 반동성애 트윗이 재부상했을 때 오스카 진행을 맡았다가, 즉각적인 사과 대신 방어적 태도를 보인 끝에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PBS와 Wired는 문제가 된 것은 오래된 트윗 자체만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른 논란을 다루는 방식과 “지저분한 사과”였다고 짚었다. 과거 논란을 웃음이나 가벼운 태도로 넘기려 할 때 대중이 이를 책임 회피로 읽을 수 있다는 사례다.

반대로 윌 스미스의 경우는 다른 방식으로 복귀가 설계됐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폭행 사건 이후 그는 공개 사과를 했고, 2024년 ‘배드 보이즈: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는 사건을 연상시키는 메타적 장면이 일부 등장했다. 다만 해외 매체들은 그의 복귀를 “carefully choreographed comeback”이라고 표현했다. 즉 논란을 전면적인 농담 소재로 반복 소비하기보다, 사과 이후 본업과 캐릭터를 통해 이미지를 재정렬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는 평가다. 같은 자기 언급이라도 얼마나 자주, 어떤 톤으로, 어떤 작품 안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예지 사례가 불편하게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기비하 유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유머가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다시 호출하느냐가 쟁점이 된다는 뜻이다.

논란 이후 연예인의 대응은 예전처럼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팬 플랫폼, 예능, SNS가 모두 위기관리의 무대가 되면서, 사과 이후 어떤 언어를 쓰고 무엇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지가 다시 평가 대상이 된다. 연구는 자기비하 유머가 때로는 호감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한국적 맥락과 관계의 거리, 사건의 성격에 따라 오해와 긴장을 키울 수 있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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