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궁궐 밖 하층민 사극의 귀환…‘추노’ 계보 잇는 민초 서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탁류’가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과 착취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궁중 중심 사극과는 다른 결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왕이나 양반 대신 마포나루의 노동자, 왈패, 하층민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탁류’의 각본을 쓴 천성일 작가는 과거 ‘추노’를 통해 노비와 추노꾼, 왈패 등 궁궐 밖 인물들의 삶을 사극의 전면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에도 사극이 주로 왕실과 권력층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흐름에서 벗어나 하층민의 현실을 다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혔다. 이번 ‘탁류’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해석된다.
작품은 마포나루를 배경으로, 최하층 노동자들이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과 그 위에 겹겹이 얹힌 착취 구조를 보여준다. 일감을 연결하는 왈패가 중간에서 몫을 떼어가고, 이들 역시 윗선과 관아에 뇌물을 바쳐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작품은 이를 통해 개별 악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수탈 체계를 묘사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극 중에서는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려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주인공 시율은 약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돕고, 신임 군관 정천은 부정부패한 질서를 바로잡으려 한다. 최씨 상단의 젊은 리더 최은 역시 기존 관행과 부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처럼 ‘탁류’는 단순히 하층민의 고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그려내려는 서사를 취하고 있다.
이 지점은 ‘추노’와 닮아 있다. ‘추노’ 역시 노비 업복이의 저항과 각성을 통해 신분 질서에 균열을 내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직접적인 승리보다 저항의 의미와 이후에 남는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탁류’도 같은 계보 위에서 읽힐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두 작품을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도 있다. ‘추노’가 방영 당시 사극 문법 자체를 흔드는 강한 신선함을 가졌다면, ‘탁류’는 이미 한 차례 개척된 하층민 사극의 흐름 위에서 보다 정교한 구조와 시대 인식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제2의 추노’라는 수식에 기대기보다, 자신만의 서사적 완성도와 시대 해석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작품 평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탁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작품은 수백 년 전 조선을 배경으로 하지만, 노동 착취, 중간 착복, 부패한 권력 구조, 불공정한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늘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탁류’는 과거를 재현하는 사극인 동시에, 현재를 비춰보는 우회적 사회극으로 읽힐 여지를 갖고 있다.
이번 작품은 화려한 궁중 권력 다툼이 아닌, 이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사극의 외연을 다시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민초 사극’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탁류’가 단순한 향수 이상의 성과를 남길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전개와 완성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