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최하위 비엔날레에서 반등 시도…전남수묵비엔날레, ‘선택과 집중’으로 체질 바꿨다

[사진:전남국제수묵비엔날를 통해 321년 만에 공개되는 공재 윤두서 작 ‘세마도’ . 제공:전남문화재단]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운영 방식 전면 수정에 나섰다. 반복된 저평가와 존치 논란 속에서 작가 수를 줄이고 전시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비엔날레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0%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비엔날레가 늘어나면서 예산 낭비와 정체성 논란도 함께 제기돼 왔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행사다. 2018년 시작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시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4회를 맞은 올해 비엔날레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총감독을 맡은 윤재갑 큐레이터가 전시 구조를 조정했다. 참여 작가 수를 190여 명에서 60여 명으로 줄였다. 개별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시 내용도 달라졌다. 조선 후기 화가 윤두서의 ‘세마도’ 진본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고산윤선도박물관에서 전시된 이 작품은 말 그림으로 알려진 윤두서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전시 초반 관람 동선을 해남으로 설정해 작가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연결했다.

전시는 해남에서 시작해 진도를 거쳐 목포로 이어지는 구조다. 진도에서는 허련 계열 남종화 흐름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됐다.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과 다산 정약용의 편지, 흥선대원군의 서화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됐다. 전통 회화 중심 구성에서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 방식이다.

목포 전시는 확장된 수묵 개념을 보여준다. 미디어아트와 설치 작품이 포함됐다. 팀랩의 ‘파도의 기억’, 이란 작가 파라스투 포로우하르의 ‘뤼튼 룸’ 등이 전시됐다. 목포실내체육관은 가벽 설치를 통해 전시장 형태로 재구성됐다. 기존 공간 활용 방식도 바뀌었다.

비엔날레 측은 수묵 개념 확장에 대해 설명했다. 관계자는 “전통적인 흑백 수묵만으로는 전시가 쉽지 않았다”며 “수묵을 물에 녹는 안료나 동양적 요소를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전시 완성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전라남도에서 열린 역대 미술 전시 중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작품 구성과 공간 연출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다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접근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해남·진도·목포로 이어지는 전시 동선 특성상 자가용 이동이 사실상 필요하다. 외부 관람객이 하루에 모든 전시를 관람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숙박을 동반한 일정이 요구된다.

정체성 논란도 이어진다. 수묵 개념을 확장하면서 전시 범위가 넓어졌다. 전통 수묵과 현대 미디어 작품이 함께 구성되면서 행사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르 확장과 정체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이 과제로 남았다.

비엔날레 존속 문제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지방 비엔날레 전반이 겪는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관람객 유입과 예산 효율성, 지역 문화 자산과의 연계가 동시에 요구된다.

운영 측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윤재갑 총감독은 “광주비엔날레와 전남수묵비엔날레가 같은 기간 개최된다면 접근성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 조정을 통한 관람 편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 수준 개선과 구조적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사례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전시 완성도는 높였지만, 접근성과 정체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구조 개편 시도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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