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묘 담장 기와 훼손 50대 구속…경복궁·병산서원 이어 반복되는 문화재 훼손

[사진:파손된 기와를 보수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담장을 훼손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문화재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며, 개방형 문화재 관리구조와 방식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김용중 부장판사는 2025년 9월 20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전 0시 50분께 서울 종로구 종묘 외곽 담장 기와 10장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훼손된 기와는 암키와와 수키와 각 5장이다.

종묘관리소는 새벽 순찰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동선과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17일 A씨를 긴급체포했고,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종묘는 조선 왕실의 제례가 이어져 온 공간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주요 전각뿐 아니라 외곽 담장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도심과 맞닿아 있는 구조상 외부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특성이 있다.

문화재 훼손 사건은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문화재 외벽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 사례로,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다. 이후 유사 방식의 모방 범행까지 이어지면서 단기간 내 추가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

2025년 1월에는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촬영 과정 중 목재 기둥에 못을 박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포함된 서원으로, 해당 행위는 목조건축 구조에 물리적 손상을 준 사례로 논란이 됐다.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훼손이라는 점에서 관리 책임과 사전 통제 체계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이처럼 문화재 훼손은 낙서, 물리적 파손, 무단 접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재청이 202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 훼손 및 훼손 시도는 연간 3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는 경미한 수준에 그치지만, 외벽 손상이나 구조 훼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문화재는 훼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종묘와 경복궁처럼 도로와 인접한 구조의 문화재는 외부 접근이 쉽고, 야간 시간대에는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종묘 사건 역시 심야 시간대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리 공백 문제가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2024년 “순찰과 CCTV를 병행해 관리하고 있으나 개방형 문화재 특성상 상시 통제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문화재 상당수는 시민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한 물리적 차단 대신 제한적 통제를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훼손 증가 배경으로 관람 환경 변화와 이용 방식 변화를 함께 지목한다. 문화재 보존 분야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와 함께 SNS 촬영 문화가 확산되면서 문화재 접근 빈도가 높아졌고, 야간 관리 공백과 결합되며 훼손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 형태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단순 관람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진 촬영, 체험, 콘텐츠 제작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보호 구역 경계가 흐려지고 물리적 접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재 보호는 개방성과 보존 사이의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접근성을 유지하면 시민 이용은 늘어나지만 훼손 위험이 함께 증가한다. 반대로 통제를 강화하면 문화재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관리 방식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존 순찰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접근 통제 설계, 감시 시스템 고도화, 사전 예방 교육까지 포함하는 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야간 시간대 대응 체계를 별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종묘 훼손 사건은 문화재 관리 구조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다. 세계유산을 포함한 주요 문화재에 대해 현재의 개방형 관리 방식이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와 반복되는 훼손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리적 보호와 이용 환경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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