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킥·만년동상까지 올렸다…MZ 고민, 판소리로 풀었다

청년 세대의 감정과 일상을 담은 창작 판소리가 무대에 오른다. 전통 장르가 개인의 경험과 언어를 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소리꾼 강나현은 창작 판소리 ‘씩씩(Sick Sick)’을 19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선보인다. 공연은 ‘두더지 타령’, ‘이불킥 타령’, ‘동상 타령’ 등 일상적 감정을 소재로 구성됐다.
작품은 경쟁과 비교, 가족 관계, 진로 불안 등 청년 세대가 겪는 경험을 중심에 둔다. ‘두더지 타령’은 타인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위축을, ‘동상 타령’은 반복된 실패 경험을 다룬다. ‘이불킥 타령’은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태도를 담았다.
형식도 달라졌다. 전통 판소리 구조에 콘서트형 구성과 연극 요소를 결합했다. 관객과의 호흡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창작 판소리가 서사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영됐다.
강나현은 “판소리는 마음 속 공허와 외로움을 채워주는 존재”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작은 생동감이나 위로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악 창작 흐름은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의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늘고, 장르 결합 시도가 확대되는 추세다. 전통 서사를 재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의 언어와 감정을 반영하는 방향이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26일 무대에 오르는 팀 트리거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小ciety’는 사회를 의미하는 단어를 변형한 제목으로, 디지털 환경 속 소통 방식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트리거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으로 구성된 팀이다. 전통 악기 연주를 기반으로 현대적 감정과 주제를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모니터를 단절이 아닌 연결의 통로로 해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은 서울남산국악당의 청년예술가 창작지원사업 ‘젊은국악 단장’의 결과물이다. 선정된 창작자에게 제작 지원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공연 기회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청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도 변화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 발표보다 창작 과정과 실험을 지원하는 방향이 강화됐다. 전통 장르의 현대적 확장을 유도하는 정책적 흐름이다.
전통 공연이 유지와 재현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층과 접점을 넓히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 창작자들이 개인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객층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가 현재의 언어와 감정을 담는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