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드포드 별세…선댄스로 독립영화 생태계 구축한 배우

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활동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89세.
로이터통신은 이날 그의 홍보 담당자를 인용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레드포드는 196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넓혔다.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1973년 ‘스팅’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대통령의 사람들’에서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역할을 맡아 정치 권력 감시를 다룬 서사를 이끌었다. 당시 작품들은 미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언론의 역할을 다룬 영화 흐름과 맞물렸다.
그는 1970년대 ‘뉴 할리우드’ 세대 배우로 분류된다. 기존 스튜디오 중심 제작 체계가 약화되고 감독과 배우의 창작 권한이 확대된 시기였다. 미국 영화사 연구자 피터 비스킨드는 2004년 저서에서 “이 시기 할리우드는 감독 중심 제작 체제로 전환됐고, 레드포드는 그 변화의 전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출자로의 전환도 이어졌다. 1980년 영화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가족 해체와 심리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후 ‘퀴즈쇼’에서는 방송 조작 사건을 소재로 미디어 신뢰 문제를 다뤘다. 작품 선택에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경향이 반복됐다.
레드포드의 영향력은 제작과 연출을 넘어 산업 구조로 확장됐다. 그는 1981년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했다. 신인 감독과 저예산 영화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이후 선댄스는 북미 최대 독립영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미국 독립영화협회(IFP)는 2023년 보고서에서 “선댄스는 독립영화 투자·배급 생태계 형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저예산 영화의 상업적 유통 구조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선댄스를 통해 배출된 감독과 작품은 이후 할리우드 주류 시장으로 유입됐다. 이는 대형 스튜디오 중심 구조와 병행하는 별도의 제작 흐름을 형성했다. 영화 산업에서 ‘독립영화→상업영화’로 이어지는 인력 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레드포드는 배우로서도 장르를 넘나들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로맨스 서사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권력 내부 인물을 연기했다. 2018년 ‘더 올드 맨 앤 더 건’을 마지막으로 연기 활동에서 물러났다. 이후 제작자로 활동을 이어갔다.
정치·사회적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환경 보호, 원주민 권리,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1990년대부터 유타주 지역 개발 문제와 관련해 환경 보존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미국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1994년 칼럼에서 “레드포드는 스타 이미지와 제작 권한을 결합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통제한 배우였다”고 평가했다. 배우가 제작 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로 언급됐다.
2002년 그는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배우와 감독, 제작자를 모두 수행한 공로가 반영됐다.
가족사도 알려졌다. 2020년 10월 아들 제임스 레드포드가 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향년 58세였다.
레드포드는 할리우드에서 배우 개인의 영향력이 제작 구조로 확장된 사례로 남는다. 그의 활동은 작품 성과를 넘어 독립영화 시장 형성과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