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아오엔’ 멤버 확정…K팝 시스템, 일본 아이돌 시장 본격화

하이브가 일본에서 선보이는 보이그룹 ‘아오엔’의 최종 멤버를 확정하면서, K팝 제작 시스템이 일본 아이돌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현지 그룹 데뷔를 넘어, 제작 방식 자체를 이식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이브 산하 YX 레이블즈는 2025년 4월 23일 유우주, 루카, 하쿠, 소타, 쿄스케, 가쿠, 레오 등 7인조 ‘아오엔’의 데뷔 라인업을 공개했다. 멤버들은 일본 니혼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됐고, 일부 멤버는 방송 중 확정, 나머지는 시청자 투표로 결정됐다. 데뷔 전부터 팬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기존 일본 아이돌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일본 아이돌 산업은 오랜 기간 ‘성장 서사’와 ‘장기 팬덤 유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AKB48 계열 그룹처럼 극장 공연과 팬 이벤트를 통해 관계를 축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완성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보다, 과정을 함께 소비하는 구조다.
반면 K팝은 데뷔 이전부터 트레이닝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뒤, 콘텐츠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 콘텐츠, 글로벌 플랫폼을 결합해 팬덤을 빠르게 형성하는 구조를 갖췄다. ‘아오엔’ 프로젝트는 이 두 방식을 혼합한 형태에 가깝다.
시장 환경도 변화를 뒷받침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일본은 여전히 세계 2위 음악 시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CD 등 피지컬 음반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트리밍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 방식이 다층화되고 있다.
실제 일본 내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최근 몇 년 사이 오디션 프로그램 기반 그룹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기획사는 SNS와 영상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해외 팬까지 겨냥하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 ‘국내 중심 팬덤’에서 ‘글로벌 확장’으로 방향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산업 보고서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2024년 발표한 ‘Global Music Report’에 따르면 일본은 여전히 세계 2위 음악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피지컬 중심 구조 속에서 스트리밍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이중 구조’ 시장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간한 ‘K-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보고서는 일본 시장에 대해 “기존에는 완성된 콘텐츠 수출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현지 제작·현지 인력·현지 플랫폼을 결합한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이돌 산업에 대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제시된다. 일본 문화사회학자 모리카와 가이치로는 저서 『콘텐츠는 왜 일본에서 성공하는가』에서 일본 아이돌 시스템의 핵심을 “완성도보다 팬과의 관계 축적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팝은 훈련 시스템과 콘텐츠 생산, 글로벌 플랫폼 유통을 결합한 ‘완성형 제작 구조’를 강점으로 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 두 모델의 차이는 최근 프로젝트에서 점차 혼합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K팝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팬 참여 구조, 현지화된 제작 시스템을 결합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존의 콘텐츠 수출을 넘어 제작 방식 자체를 현지화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일본 시장 특유의 문화는 변수로 작용한다. 일본 팬덤은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빠른 소비와 확산을 기반으로 하는 K팝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부 글로벌 프로젝트가 일본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