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흥행에 국회도 움직였다…입법 경쟁 본격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해외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K-콘텐츠 지원을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콘텐츠 성과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9월 10일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통문화 요소와 현대 콘텐츠를 결합한 ‘전통융합콘텐츠’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제작·유통·해외 진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케이팝, 웹툰,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기존 콘텐츠에 설화, 전통놀이, 한복 등 전통 요소를 결합한 콘텐츠를 별도 범주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에는 이 같은 유형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지원하는 조항이 없다.
입법 배경에는 최근 콘텐츠 시장 변화가 있다.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설정으로 해외 시청자 반응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도 관련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화 역량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확장 지원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행사에서 해당 작품 캐릭터를 활용한 배지를 배포하며 상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콘텐츠 산업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7월 ‘K-컬처 3법’을 발의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콘텐츠산업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을 통해 콘텐츠 생산과 유통, 공간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에는 특정 지역을 ‘K-컬처 복합거점지구’로 지정하고, 공연장과 창작시설, 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콘텐츠 생산과 소비, 관광을 연계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여야가 동시에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정책 경쟁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고용과 수출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산업 규모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수출 역시 음악, 드라마,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통 구조가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지원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콘텐츠 산업 연구자는 “개별 작품의 흥행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제작 생태계와 인력, 유통 구조를 동시에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수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콘텐츠 산업은 제작 주기와 투자 회수 기간이 긴 구조를 갖고 있어 단기 지원보다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제도 변화가 산업 구조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관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이 콘텐츠 산업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산업적 가치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특성이 있다. 콘텐츠 소비가 국가 브랜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 영역에서도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법안 통과와 실제 효과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기존에도 콘텐츠 지원 정책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규제와 지원 체계가 혼재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제도 설계와 실행 간 정합성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콘텐츠 흥행이 정책 논의로 이어지는 흐름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개별 작품의 성과가 산업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콘텐츠와 정책 간 연결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