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수확기 앞두고 8.9만명 투입…외국인 농업 노동, 인권·안전 사각지대 점검

[사진:농진청이 외국인 농업 노동, 인권·안전 사각지대 점검에 나선다. (사진 = 농진청 제공)

정부가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약 9만명에 대한 인권·안전 실태 점검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충남 홍성 지역 계절근로자 숙소와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수확기 인력 수급과 근무환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점검에는 공공형·농가형 숙소 운영 실태와 작업 안전 관리 상황이 포함됐다.

올해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는 총 8만9307명으로 집계됐다. 계절근로자 5만4986명과 고용허가제 체류 인력 3만4321명을 합한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5% 증가했다. 농번기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된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산업재해와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응 조치를 확대했다. 폭염 시 작업 시간을 오전 5시부터 정오까지로 조정하도록 하고 온열질환 예방 물품을 보급했다.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개정을 통해 차별 금지, 표준 근로계약서 사용, 임금체불보증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했다.

주거 환경 개선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지원해 현재까지 30개소를 선정했고, 이 중 9개소가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5개소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 점검과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 노동은 계절성과 지역 편중이 강해 근로자가 특정 농가에 종속되는 경향이 크다. 대체 일자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계약 조건이나 근무 환경을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외국인 농업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졌다. 2020년 전남 나주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계절 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노동자는 겨울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임시 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점검에서 일부 농가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고 난방·위생 기준이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을 제한하고 주거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인권 침해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조사에서 외국인 농업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열악한 숙소 환경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로계약과 실제 노동 조건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안전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업 분야 사고는 넘어짐과 추락 등 기본적인 안전사고 비중이 높다. 숙련도 부족과 안전 교육 미흡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계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다. 독일은 계절 근로자에게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고용주에게 주거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도 농업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통해 주거와 의료 접근성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농업 노동은 계절성과 지역 편중이 강해 근로자가 특정 농가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대체 일자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고용 조건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수확기 인력 부족 해소와 안전 관리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법무부와 협력해 내·외국인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공공 기숙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권과 안전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할 경우 동일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 인력 수급을 넘어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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