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줄면 식탁이 흔들린다…기후위기, 생태 넘어 식량 압박

기후 변화가 꿀벌 생존을 위협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생태계 문제를 넘어 식량 생산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꿀벌 감소는 특정 종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생산성과 직결되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 외래종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꿀벌의 생존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2023년 1차 연구에서 확인된 대기질 영향에 이어 기후 변수까지 분석 범위를 확장한 결과다.
연구진은 꿀벌 활동이 특정 기상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데이터로 제시했다. 기온 20~30도, 풍속 초속 0~4m 범위에서 활동성이 가장 높았으며, 이를 벗어날 경우 비행과 수분 활동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단적 기상이 반복되면서 이 조건을 벗어나는 빈도가 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꿀벌 감소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적으로도 확인돼 왔다. FAO는 2022년 자료에서 전 세계 주요 식량작물의 약 75%가 동물 수분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분 곤충 감소가 곧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또 IPBES는 2016년 평가보고서에서 수분 매개 곤충이 담당하는 농업 생산 가치가 연간 최대 약 577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변화가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 양봉단체 ‘Bee Informed Partnership’이 202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2~2023년 겨울 동안 미국 양봉 농가의 벌 군집 손실률은 약 48%에 달했다. 이는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기후 요인과 질병, 서식 환경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농촌진흥청은 2023년 자료에서 이상 기온과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꿀벌 월동 피해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겨울철 고온과 봄철 저온이 반복되면서 생존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래종 확산 역시 주요 변수다. WWF가 GBIF 및 시민과학 플랫폼 ‘네이처링’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꿀벌의 천적인 등검은말벌의 서식 범위가 남부 지역을 넘어 수도권과 강원권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이 서식 가능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환경부도 2024년 생태계 교란 생물 관리 자료에서 등검은말벌을 주요 관리 대상 종으로 분류하고 확산 대응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생태계 문제를 넘어 식량 체계 안정성과 연결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24년 기후변화 적응 관련 보고서에서 수분 곤충 감소가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후 변화가 생물다양성 감소를 넘어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WF 측은 보고서에서 주요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외래종 조기 방제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피해 확산을 줄이는 대응이 요구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자체를 완화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세계자연기금 관계자는 “꿀벌은 생물다양성 유지뿐 아니라 식량 생산과도 연결된 핵심종”이라며 “과학 기반 정책과 시민 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꿀벌 감소 문제는 생태 보호 영역을 넘어 산업과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실제 생산과 소비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작은 생물의 변화가 인간의 식량 기반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의 범위 역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