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돌아온 ‘국민 간식’들…식품업계, 소비자 추억 소환

[사진:‘슈퍼100’. 제공: hy]

hy가 떠먹는 요구르트 ‘슈퍼100’을 다시 꺼내 들었다. 1988년 출시 이후 누적 45억 개, 매출 2조원을 기록한 대표 제품을 4년 만에 리브랜딩해 재출시하기로 하면서다. 단종 제품의 귀환은 낯설지 않지만, 최근 식품업계 흐름은 유행을 넘어 전략이 보인다.

‘슈퍼100’은 2021년 ‘떠먹는 MPRO’로 전환되며 건강기능식 콘셉트를 강화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만큼 빠르게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hy는 기능성 확장보다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신제품으로 시장을 설득하는 대신, 소비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제품을 다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선택은 업계 전반에서 확인된다. 서울우유는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12년 만에 재출시했고, 오리온은 ‘포카칩 스윗치즈맛’과 ‘비틀즈’를 소비자 요청에 따라 다시 선보였다. 농심이 35년 만에 복원한 ‘농심라면’은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봉 판매를 기록하며 빠르게 시장 반응을 끌어냈다.

공통된 배경은 분명하다. 식품 시장에서 신제품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 이미 인지도가 확보된 브랜드를 재활용하는 편이 위험이 적다. 실제로 식품업계에서는 신제품이 1년 이상 안정적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환경이 달라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선 100을 밑도는 구간이 이어지며 소비 위축 흐름을 보여준다. 지출에 신중해진 상황에서, 익숙한 브랜드는 선택 비용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과거에 경험했던 제품에 대한 기억이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이 때문에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브랜드 자산을 다시 시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유통 환경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과거에는 단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개별 소비자의 기억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적 요구로 확대된다. 특정 제품의 재출시 요청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기업이 이를 실제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카칩 스윗치즈맛’과 ‘비틀즈’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흐름은 식품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 영역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된다. 영화에서는 ‘탑건: 매버릭’처럼 과거 히트작의 후속편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고, 음악 시장에서는 LP와 카세트테이프 판매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과거 드라마 리메이크, 복고 콘셉트 예능, 1990~2000년대 음악 재조명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특정 시대의 콘텐츠가 새로운 상품으로 재가공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복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향수 효과(nostalgia effect)’로 설명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심리학자 콘스탄틴 세디키데스(Constantine Sedikides)는 향수가 “불안과 고립감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과거 경험에 대한 선호가 강화된다는 연구도 이어져 왔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유사한 해석이 나온다. 필립 코틀러교수는 소비가 기능적 선택을 넘어 감정과 기억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하며,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 경험과 연결될 때 구매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봤다. 실제로 복고 제품은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는’ 구조를 갖기 때문에, 선택 과정에서의 심리적 비용이 낮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새로운 제품은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을 안고 있지만, 과거 히트 제품은 이미 소비자 반응이 확인된 상태다.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뉴트로’라는 이름이 붙지만, 실질적으로는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에 가깝다.

디지털 환경도 복고의 확산을 가속화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콘텐츠에 대한 집단 기억이 빠르게 재생산된다. 단종 제품에 대한 재출시 요청이 기업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과거에는 개인의 기억에 머물렀던 향수가, 이제는 시장 수요로 집계되는 셈이다.

다만 복고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기대와 맞지 않을 경우, 초기 관심 이후 빠르게 소비가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는 기억을 구매하지만, 반복 구매는 현재의 품질과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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