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사회

어려워진 인간관계에 AI가 출구? 관계위한 보조도구여야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출처: SBS]

AI와의 대화를 연애나 심리상담의 대체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관계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4월 방송한 ‘AI와 사랑해도 될까요?’ 편에서 출연자 절반 이상이 블라인드 대화 실험에서 인간이 아닌 AI를 더 호감 가는 상대라고 선택한 장면은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 이후 생성형 AI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대화형 AI가 정보 검색 도구에서 정서 교류의 대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I 챗봇 시장은 2024년 약 5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서비스가 아니라, 감정 교류를 포함한 새로운 소비 영역으로 확장될것이라는 뜻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AI 관계가 매력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관계가 갈등과 조율을 전제로 하는 반면, AI는 사용자의 감정에 맞춰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제시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은 상담 관계의 핵심 조건이지만, 현실 인간관계에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AI는 구조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의 감정을 거부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언제든 공감하는 상대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HAI)는 2024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는 인간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일부 사용자에게는 인간 관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MIT 미디어랩 연구진도 AI 챗봇이 사용자에게 ‘사회적 존재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정서적 의존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장점이 동시에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관계는 타인의 다른 감정과 욕구를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갈등과 불일치, 오해를 반복하는 경험이 개인의 정서 발달과 직결된다. 반면 AI와의 관계는 이러한 과정이 제거된 상태다. 갈등이 없고, 좌절이 없으며, 조율이 필요 없는 관계다.

아동·청소년 발달 연구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이어진다. 미국아동청소년정신의학회(AACAP)는 경쟁형 미디어 환경과 디지털 상호작용이 확대될수록, 실제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정서 조절 능력과 공감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관계를 통해 배우는 ‘불편함’이 사라질 경우, 성장 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은 이미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기반 가상 연인 서비스, 감정형 챗봇, 캐릭터 기반 대화 플랫폼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감정 교류가 하나의 상품으로 설계되고, 사용자 맞춤형 관계가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구조다. 관계 자체가 소비 가능한 형태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챗봇과의 관계에 몰입한 이용자가 현실 인간관계를 단절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된다. 

그렇다고 AI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도 어렵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초기 정서 안정이나 감정 표현을 돕는 보조 도구로서 AI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접근성이 높고,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하며, 판단받지 않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도 분명하다.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경계’다. AI가 인간관계를 대신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지만,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적 도구로 사용될 경우 결과는 달라진다. 프로그램속 “AI가 더 낫다”는 출연자들의 선택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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