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간 독립영화 ‘빛과 몸’, 업보와 윤회등 불교적 개념 바탕…지역 기반 제작

독립영화 ‘빛과 몸’이 제47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초청돼 4월 23~24일 현지 상영을 마쳤다. 이번 초청은 입양, 윤회, 무속, 실종과 귀환 같은 한국적 정서를 전면에 둔 저예산 독립영화가 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의미가 있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올해 영화제가 4월 17~24일 열렸고, ‘빛과 몸’을 비경쟁 부문인 ‘Far, Far Away’ 프로그램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한국 작품으로 소개됐고, 러닝타임은 106분으로 기재됐다.
이 영화의 해외 경쟁력은 서사 구조보다 감각의 층위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 공개한 작품 소개에 따르면 ‘빛과 몸’은 내면의 부름을 따라 한국에 온 입양아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이야기이자, 50년 동안 누군가를 기다려온 인물의 재회 서사를 함께 끌고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업보와 윤회라는 불교적 개념을 바탕에 두되, 춤과 음악, 사진, 미술을 결합해 영적 감각을 시청각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해외 관객이 ‘한국적 소재’를 정보로 이해하게 하기보다, 낯선 정서를 감각적으로 통과하게 하는 영화에 가깝다.
한국영화의 국제 경쟁력은 흔히 스릴러, 사회극, 장르적 밀도로 설명되지만, 독립영화 쪽에서는 오히려 지역성과 토착적 정서를 밀도 있게 밀어붙일 때 해외 영화제가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빛과 몸’ 역시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라는 경계적 인물을 앞세워, 한국 내부의 무속성과 상실의 기억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통과시킨다. 한국성을 정면으로 내세우되, 설명보다 체험에 가깝게 구성한 점이 해외 상영에서 유효하게 작동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 시놉시스와 모스크바 프로그램 소개를 함께 놓고 읽을 때 가능한 해석이다.
장권호 감독의 이력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장권호를 부산 출생 감독으로 소개하며, 장편 ‘요선’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영화 장편 경쟁부문 작품상을 받았고, ‘똥통’이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고 정리했다. KMDb에도 장권호는 감독·촬영 등으로 활동해온 인물로 등재돼 있다.
배우 차지원의 존재도 중요하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관련 인터뷰에서 차지원은 ‘빛과 몸’에서 한나와 아다다를 1인 2역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차지원은 캐나다에서 성장한 이민자 배경을 지닌 배우로 문화적 소외감과 뿌리를 향한 그리움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산업적으로 보면 이번 초청은 지역 제작 기반이 국제영화제 진출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빛과 몸’은 춘천시 영상산업지원센터의 장편영상 제작 지원을 받아 청평사, 중도, 강촌 상상역 등 춘천 일대에서 올로케이션 촬영됐다. 지역 영상 지원 사업이 로케이션 유치에 머물지 않고, 영화제 진출 가능한 독립장편의 실질적 제작 기반으로 기능했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 영화산업이 수도권 대형 자본 중심으로 더 쏠리는 상황에서, 이런 지역 기반 제작은 독립영화 생태계의 다른 축을 보여준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자체의 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 중 하나로, 1935년 처음 열렸고 1959년부터 정기 개최 체계를 이어왔다. 물론 오늘날 국제영화제 위상은 칸·베를린·베니스처럼 절대적인 중심축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 작품이 경쟁·비경쟁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는 대형 플랫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빛과 몸’이 경쟁 부문이 아닌 ‘Far, Far Away’에 포함된 것도 의미가 있다. 이 섹션은 ‘먼 땅의 이야기’, 즉 지리적·문화적 거리감이 있는 세계를 영화로 끌어오는 작품들을 묶는 프로그램이다. ‘빛과 몸’이 이 부문에 배치됐다는 것은 영화가 한국적 정서를 지역 특수성으로만 묶지 않고, 낯선 땅의 서사로 국제 관객에게 제시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