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복식 한복, 세계 시장으로 확장…박보검 ‘한복웨이브’의 의미

배우 박보검이 2025년 ‘한복웨이브’ 협업 인물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한류 문화예술인과 한복 기업이 함께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뉴욕·파리·밀라노 등 해외 주요 도시의 전광판과 패션 매체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복을 전통 복식으로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한류와 결합한 문화콘텐츠이자 소비 가능한 패션 상품으로 밀어 올리겠다는 정책 신호다.
문체부는 2024년 말 발표한 제1차 전통문화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 전통문화를 “보존을 넘어 고부가가치 한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문구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 한복 정책이 주로 전승, 교육, 행사, 인식 개선에 방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현대화·융합·브랜드화·판로 확장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한복웨이브는 그 전환을 가장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다.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는 이미 관찰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한복상점’에는 나흘간 4만여 명이 찾았고, 매출은 19억 원으로 전년 12억 원보다 약 61% 늘었다. 참가 업체도 112곳에 달했다. 한복이 더는 명절 대여복이나 혼례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한복·소품·전시·근무복 등으로 유통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왜 지금이냐는 질문에는 한류의 확산이 먼저 놓인다.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해외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한국 문화콘텐츠에 호감을 보였고, 50.7%는 앞으로 한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57.9%는 한류가 실제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즉 드라마·음악·예능으로 형성된 관심이 음식·뷰티·패션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한복은 그 연결고리 안에서 가장 상징적인 시각 자산 중 하나다.
해외 현장 반응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준다. 2024년 8월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열렸고, 문체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는 전통한복부터 예복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공개됐다. 같은 해 10월 베트남 호찌민에서는 한복문화주간 해외 거점 행사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외교·문화행사 안에서 한복은 더는 설명해야 할 전통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소비되고 촬영되고 공유되는 시각 콘텐츠로 쓰이고 있다.
관광 영역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다. 블룸버그는 2024년 말 서울 궁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복 착용이 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한국 사극과 K팝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과 한복 체험이 묶이면서, 한복은 박물관 안 유산이 아니라 ‘입어보는 한국’의 일부가 됐다. 반면 관광지 주변의 한복 소비가 급증할수록 전통 복식의 의미가 체험 상품으로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의 해석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연합뉴스TV와의 2024년 인터뷰에서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은 해외 반응에 대해 “개성 있는 한복을 만들었을 때 해외 분들이 표현하시는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술 연구에서는 한복 연구의 최근 흐름을 ‘현대적 재해석’과 ‘디지털화’의 기반 위에서 읽고 있다. 다시 말해 한복은 정지된 전통이 아니라, 매체·유통·디자인 변화 속에서 계속 재구성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해외 비교를 해보면 방향은 더 선명해진다. 일본의 기모노는 관광 대여와 지역 상권, 전통 공예를 묶는 방식으로 재활성화되고 있고, 관련 연구는 교토 기모노 클러스터의 재생 배경에 디지털화와 새로운 유통 경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푸는 이미 젊은층의 문화 소비와 도시 관광을 결합한 현상으로 확산돼 왔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다. 한복의 산업화는 필요하지만, 한복을 그저 “예쁜 동양풍 의상”처럼 소비하게 만들면 정작 한국 복식이 가진 역사성과 구성 원리, 착장 맥락은 희미해질 수 있다. 반대로 원형 보존만을 강조하면 오늘의 시장과 생활 속에서 한복은 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후근 한국한복진흥원장은 2025년 인터뷰에서 올해 방향을 “전통한복의 계승·보존”과 “한복의 산업화·세계화”라는 두 축으로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