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타임 100’ 선정…K팝, 개인 아티스트 중심 재편 가속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5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IME 100)’에 포함됐다.
로제는 1997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뒤 2016년 블랙핑크로 데뷔했다. 영어권 문화에 기반한 성장 환경과 음악적 배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넓혀온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2021년 발표한 솔로 싱글 ‘On The Ground’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며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기록을 확장했고, 이후 음악 활동과 패션, 브랜드 협업을 병행하며 개별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 왔다.
타임지는 4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명단에서 로제를 ‘개척자(Pioneers)’ 부문에 선정했다. ‘타임 100’은 2004년부터 정치·경제·문화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는 지표로, 글로벌 문화 권력의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선정은 K팝 아티스트가 그룹 활동을 넘어 개인 단위로 글로벌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임지는 선정 배경으로 2024년 발표된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 ‘아파트(APT.)’의 글로벌 성과와 로제의 음악적 확장성을 언급했다. 해당 곡은 공개 이후 주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K팝과 미국 팝 시장 간 협업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음악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2024년 발표한 ‘글로벌 음악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2% 증가한 28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스트리밍이 전체 수익의 약 67%를 차지했다.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특정 그룹보다 개별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콘텐츠가 직접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특징이 나타난다.
K팝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팀 단위의 퍼포먼스와 서사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멤버 개별 활동이 글로벌 시장에서 별도의 브랜드로 작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제를 비롯해 주요 K팝 그룹 멤버들이 솔로 음반, 글로벌 협업, 패션 및 광고 활동을 병행하며 독립적인 영향력을 구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2025년 4월 음악 산업 관련 인터뷰에서 “K팝은 집단 퍼포먼스 기반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멤버 개별 서사와 창작 역량이 시장에서 더 직접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로제의 타임 100 선정은 개인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추천사를 작성한 배우 릴리 콜린스 역시 로제를 “연주와 작곡, 퍼포먼스를 모두 아우르는 아티스트”로 평가하며, 아이돌을 넘어선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강조했다. 이는 K팝 아티스트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퍼포머 중심에서 창작자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글로벌 협업 방식의 변화도 주목된다. 기존 K팝의 해외 진출은 현지 투어와 콘텐츠 수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해외 아티스트와의 공동 제작과 동시 시장 공략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로제가 참여한 ‘아파트(APT.)’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K팝이 글로벌 음악 생태계 내 공동 생산 구조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개인 중심 구조 확대에 따른 부담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특정 멤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그룹 활동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2025년 3월 업계 간담회에서 “개별 활동이 확대될수록 팀 활동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개인 브랜드가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브랜드 관리 전략도 함께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환경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개별 아티스트의 콘텐츠가 직접 확산되면서 팬덤 형성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정 그룹 전체보다 개별 멤버의 콘텐츠가 먼저 소비되고 확산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K팝 산업의 구조 역시 이에 맞춰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번 로제의 ‘타임 100’ 선정은, K팝 산업이 집단 중심 모델에서 개인 중심 모델로 이동하는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