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감각의 기준을 다시 묻다…ACC ‘배리어프리’ 전시, 접근성에서 창작으로 확장

[사진: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 no.2’. 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감각 경험의 전제를 재구성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기준으로 설계돼 기존 전시 관람 방식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기반으로 예술을 하나의 형식으로 제시한 점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ACC2025417일부터 629일까지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전시를 개최한다고 414밝혔다. 이번 전시는 개관 10주년을 계기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공동 기획됐으며, ‘배리어프리’보조 장치가 아닌 창작 방식으로 확장하는 초점을 맞췄다.

참여 작가들은 감각의 위계를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엄정순 작가는 ‘없는 코끼리 no.2’통해 15세기 조선에 유입된 코끼리 기록을 바탕으로 이질적 존재에 대한 배제와 결핍의 문제를 다룬다.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시각과 청각의 관계를 탐구한 ‘궤도(토토포노로지 #4)’에서 감각 대응 구조를 제시한다. 송예슬 작가는 ‘보이지 않는 조각들: 공기조각’신작 ‘아슬아슬’통해 촉각과 공기의 흐름을 중심으로 비시각적 경험을 구성했다.

아야 모모세는 참여형 퍼포먼스 ‘녹는점’통해 관객의 신체 움직임을 작품의 일부로 포함시켰으며, 김원영·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작가의 ‘안녕히 엉키기’20252ACC에서 진행된 워크숍을 전시 형태로 확장한 작업이다. 작품 구성은 시각 중심 감상에서 벗어나 촉각, 청각, 움직임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접근할 있도록 설계됐다.

전시의 변화는 관람 환경에서도 드러난다. 음성 안내, 촉각 기반 정보 전달, 신체 참여형 동선이 결합되면서 특정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 관람 방식이 구현됐다. 이는 기존 미술관이 전제해 온 ‘보는 관람’ 중심 구조를 재검토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정책적 흐름 역시 이러한 변화와 연결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발표한 장애예술 활성화 정책에서는 장애예술인의 창작 기반 확대와 문화시설 접근성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정책 자료에서는 장애예술을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기보다 동시대 예술 생태계 안에서 다루는 구조 전환 필요성이 언급된 있다.

현장에서는 접근성 개념이 창작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욱 ACC 전당장 직무대리는 2025414전시 설명에서 “장애 유형별 향유 지원을 넘어 창작 환경 자체를 확장하는 계기가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관계자 역시 “감각의 차이를 보완의 대상이 아니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 시도가 늘고 있다”설명했다.

학계에서도 감각 기반 예술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김현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2024장애예술 연구 세미나에서 “감각의 차이를 전제로 작업은 기존 미학이 설정해 관람 주체를 재구성하는 흐름으로 있다”말했다.

관람객 경험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막에 앞서 진행된 사전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것’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과정이 중심이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기존 전시와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하게 됐다”밝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3발표한 문화접근성 연구에서도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환경에서 문화 경험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보편적 접근’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창작 방식과 관람 환경을 동시에 조정한 사례로 해석된다.

전시는 감각의 차이를 전제로 설계된 예술이 기존 문화 소비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있는지를 시험하는 자리로 기능하고 있다. 접근성을 둘러싼 논의가 지원 정책을 넘어 창작과 전시 방식 전반으로 확장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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