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K팝’ 굳어지는 이미지…한류 확장 구조, 한계에 왔나

해외에서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로 K팝이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한류의 영향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 이미지가 특정 장르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5년 4월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 응답자의 17.8%가 한국을 떠올릴 때 K팝을 가장 먼저 연상한다고 답했다. 한식, 드라마, 영화 등이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유지됐다.
아티스트 선호도 역시 특정 그룹 중심 구조가 이어진다. BTS는 7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BLACKPINK가 뒤를 이었다. 일부 대표 아티스트가 한류 인지도를 견인하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집중 현상은 콘텐츠 전반에서도 나타난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 일부 작품이 한류 이미지를 대표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K팝 산업의 형성과도 맞물려 있다. 문화사회학자 존 리버모어는 2023년 한류 관련 연구에서 “K팝은 기획사 중심의 생산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 유통이 결합된 산업으로, 글로벌 확산 속도가 다른 문화 장르보다 빠르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국내 연구자들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김성수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024년 한류 산업 관련 강연에서 “현재 한류는 특정 장르와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보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확장성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산업 이미지의 변화도 확인된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던 정보기술(IT) 제품·브랜드는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기술 중심에서 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정 장르 집중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 지표는 확대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 월평균 소비 시간은 증가했고,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60%를 넘었다. 문화 소비가 경제적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긍정적 확산과 함께 피로 신호도 나타난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37.5%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Nic Newman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은 2024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서 “플랫폼 중심 환경에서는 일부 콘텐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글로벌 플랫폼 구조 속에서 K팝과 일부 히트 콘텐츠가 전체 이미지를 대표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가 주목받기 어려운 환경도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Dal Yong Jin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2022년 연구에서 “한류는 특정 콘텐츠 성공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이 8년 연속 ‘한국의 얼굴’로 자리 잡은 현재, 한류는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서 있다. 특정 장르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산업과 콘텐츠로 확장할 것인지가 향후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