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메신저 제쳤다…청소년 미디어 환경, 영상·AI 중심으로 재편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가 메신저에서 숏폼 영상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역시 청소년 일상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플랫폼과 AI 기술이 결합하면서 청소년 미디어 환경이 새로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매체이용·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숏폼 콘텐츠였다. 이용률은 94.2%로 나타났다. 인터넷·온라인 메신저는 92.6%, 인터넷 개인방송·동영상 사이트는 91.1%였다.
이번 조사는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만50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는 청소년 미디어 소비 구조가 텍스트 중심 소통에서 영상 중심 콘텐츠 소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숏폼 이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청소년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초등학생에서는 숏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로 나타났고 중·고등학생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짧은 영상 중심의 콘텐츠가 청소년 문화 소비의 주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 역시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청소년의 49.9%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숏폼 콘텐츠와 생성형 AI 항목이 처음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확산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청소년의 온라인 환경 변화는 유해 환경 경험과도 연결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청소년은 22.6%였다. 성폭력 피해 경험은 5.2%로 나타났다. 폭력 유형 가운데서는 언어폭력이 가장 많았고 성폭력은 말이나 눈짓 등을 통한 성희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해자의 경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부 유해매체 이용 경험은 감소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26.5%로 2022년 조사 당시 47.5%보다 크게 낮아졌다. 성인용 간행물 이용률 역시 감소했다. 중·고등학생의 온라인 도박성 게임 경험률도 카드·화투 게임 2.7%, 인터넷 스포츠 베팅 1%로 이전 조사보다 낮아졌다.
청소년 미디어 환경 변화는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2024년 발표한 ‘Children and Parents: Media Use and Attitudes Report’에 따르면 영국 아동과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역시 온라인 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 청소년 미디어 이용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확산 역시 해외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관 Common Sense Media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3~18세 청소년의 약 70%가 최소 한 번 이상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청소년들이 AI를 학습 보조나 정보 탐색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미디어 이용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청소년 문화 환경의 구조적 변화라고 본다. 플랫폼 기반 콘텐츠 환경이 청소년 문화 경험의 중심이 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뿐 아니라 취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최근 청소년을 둘러싼 온·오프라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유해 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보호 정책을 강화해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형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이나 사이버 도박 등 위험 환경에 노출된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치료로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과의존 저연령화에 대응해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시범캠프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환경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숏폼 영상과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면서 청소년 문화 역시 플랫폼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어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