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울 이후의 관광’ 준비해야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의 첫 장면은 여전히 서울인 경우가 많다. [C]파르트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의 첫 장면은 여전히 서울인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의 거리와 궁궐, 쇼핑가와 대중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는 여정은 방한 관광의 익숙한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공식이 너무 오래, 너무 강하게 지속됐다는 점이다. 한국 관광의 성장 가능성이 서울이라는 한 도시의 흡인력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면, 이제는 다음 단계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왜 지역으로 충분히 이동하지 않는가. 그리고 지역은 세계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관광특구 육성 사업’은 이 질문에 대한 정책적 응답이다.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관광특구 가운데 2곳을 선정해 2년간 국비 30억 원을 지원하고, 외국인 편의 서비스와 관광콘텐츠, 브랜드 개발을 집중적으로 돕겠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관광의 구조를 바꾸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서울에 몰린 외국인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확산하지 못한다면, 방한 관광의 질적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중요한 것은 ‘가보고 싶은 이유’와 ‘머물 수 있는 조건’이 함께 갖춰져 있는지다. 아무리 매력적인 역사와 경관, 음식과 축제가 있어도 교통이 불편하고 안내가 부족하며 결제가 번거롭다면 여행 경험은 쉽게 끊긴다. 반대로 작은 지역이라도 이동, 언어, 정보, 소비 환경이 매끄럽게 연결된다면 충분히 국제적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교통 연계, 다국어 안내, 스마트 관광, 결제 편의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은 것은 그런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다.

다만 지원금만으로 ‘글로벌’이라는 이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지역 관광이 자주 빠지는 함정은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의 개성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을 가도 비슷한 포토존, 비슷한 야시장, 비슷한 체험상품이 반복된다면 관광객은 굳이 서울 밖으로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글로벌 경쟁력은 지역성을 지울 때가 아니라, 지역 고유의 역사와 생활문화, 자연환경을 현대적 언어로 해석할 때 생긴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이 곧 외국인 취향에 맞춘 표준화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강력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 공모가 ‘미래융합형’과 ‘지역자생형’으로 나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 기술과 문화 인프라를 결합한 도시형 관광 거점도 필요하지만, 역사·문화·경관 자원을 바탕으로 체류형 관광을 키우는 지역 모델도 중요하다. 한국 관광의 미래는 하나의 성공 방식을 전국에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지역마다 다른 속도와 자원, 다른 서사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성장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기술이 강점인 곳은 스마트 관광으로, 역사와 자연이 강점인 곳은 깊이 있는 체험과 체류로 승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 상권이 관광 성장의 주변인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관광객 숫자만 늘고 지역 주민의 삶은 불편해지거나, 수익이 외부 사업자에게만 흘러간다면 관광특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역 상인, 청년기업, 대학, 관광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은 행정이 설계하고 예산이 투입한다고 자동으로 살아나는 산업이 아니다. 지역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방문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사람들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서울은 여전히 한국 관광의 강력한 관문이다. 그러나 관문이 목적지 전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K-콘텐츠의 인기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넓혔다면, 이제 그 관심을 지역의 거리와 시장, 바다와 산,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한국을 ‘처음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한국을 ‘깊이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다.

‘글로벌 관광특구’ 사업의 성패는 선정된 두 곳이 얼마나 화려한 홍보 문구를 내세우느냐가 아니라, 여행자의 불편을 얼마나 줄이고 지역의 개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 이후의 한국 관광을 준비하는 일은 지역을 돕는 정책을 넘어, 한국 관광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을 서울로 부르는 전략이 아니라, 서울을 넘어 한국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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