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과기정통부-문체부 충돌 끝 합의…AI 학습용 저작권 규제 합의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영상회의실에서 ‘제4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를 주재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개방을 둘러싸고 충돌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저작물 활용 기준을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데이터 활용을 막아왔던 저작권 규제를 일부 풀면서 AI 산업 기반이 확대될 전망이다.

양 부처는 28일 제4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저작물 인공지능(AI) 학습 활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공공누리 제도를 개편했다. 핵심은 조건 없이 활용 가능한 ‘제0유형’과 AI 학습에 한해 자유 이용을 허용하는 ‘AI유형’ 신설이다.

[공공누리 신유형 ‘제0유형’ 및 ‘AI유형’ 표시(이미지=문체부 제공)]

‘제0유형’은 출처 표시 없이 상업적 이용과 변경까지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AI 학습 환경에서 활용 제약을 사실상 제거했다. 기존 공공누리 1~4유형 저작물도 ‘AI유형’을 병행 표시하면 AI 학습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이어져온 부처 간 입장 차이를 반영한 절충안 성격이 강하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개방 확대를, 문체부는 저작권 보호를 각각 강조해왔고, 양측 간 간극이 이어져 왔다.

실제 갈등은 2025년부터 본격화됐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AI 개발팀에 약 1100만 건의 공공저작물 활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전면 개방에는 이르지 못했다.

AI 업계에서는 기존 제도가 사실상 활용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별 저작물마다 출처 표시 의무가 적용되면서 대량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이러한 제약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AI유형’ 도입은 기존 저작권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학습 목적 활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개방과 권리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구조로 평가된다.

문체부 최휘영 장관은 “공공저작물은 인공지능 산업을 이끌 수 있는 핵심 자원”이라며 “신기술 분야에서 공공저작물이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배경훈 부총리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데이터는 최대한 개방한다는 원칙 아래 데이터가 막힘없이 흐르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민간 수요가 높은 공공저작물부터 적용해 제도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한 자유 이용은 아니다. AI 산출물이 공공저작물을 직접 인용할 경우 출처 표시를 위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며, 공공저작물을 활용해 만든 학습용 데이터의 재판매는 금지된다. 원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결과물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저작물 개방 실적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관별 데이터 개방을 유도해 AI 학습용 데이터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공공데이터를 산업 자원으로 전환하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데이터 개방 확대가 곧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데이터 품질 관리와 저작권 분쟁 가능성, 생성형 AI 결과물의 권리 문제 등 후속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데이터 확보 환경은 개선됐지만, 실제 경쟁력은 데이터 활용 능력과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처 간 갈등이 일단락된 만큼 정책 효과는 개방 이후 활용 단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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