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내세워 후원금 50억 끌어모은 유튜버…대출·보험 해지까지 요구

자신을 ‘재림예수’로 칭하며 종말론을 내세워 신도들로부터 수십억 원대 금전을 받아 챙긴 유튜버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도를 모집하고 금전 요구를 확대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가운데 유사 사례와 맞물려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A씨는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인류 멸망이 임박했다”며 신도들에게 금전을 바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계좌에는 2024년 이후 약 2년간 수십억 원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글쓰기 강사 시절 운영하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신도를 모았다. 이후 강의와 책 판매로 관계를 형성한 뒤 후원금 모집으로 자금을 확대했다. 후원 과정에서 특정 방식의 입금을 요구하고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까지 권유한 정황이 조사됐다. 일부 피해자는 보증금과 대출 자금을 포함해 전 재산에 가까운 금액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종말론을 근거로 보험 해지를 요구하는 등 자금 동원 범위도 넓혔다. 반면 A씨는 고가 주택과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들을 가사 노동과 운전 등에 동원하고 가족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등 일상 통제도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범행은 기존 사이비 종교 사건에서 반복돼 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구원파 계열 조직은 신도 재산을 공동체로 집중시키는 구조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생활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도들이 거액의 자산을 헌납하고 조직 내부 규율에 따라 생활을 통제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2018년 강원 지역에서 적발된 종말론 집단 역시 “종말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앞세워 재산 기부를 요구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끊도록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신도는 주거지와 생계 기반까지 조직에 의존한 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구조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튜브 방송과 메신저,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해 신도를 선별적으로 유입시키고, 일정 단계 이상 참여한 인원만 내부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초기에는 강의나 자기계발 프로그램 형태로 접근한 뒤 관계를 형성하고, 이후 종말론이나 구원 서사를 결합해 금전 요구를 확대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흐름이 반복된다. 후원 금액을 공개하거나 특정 금액 기준을 제시해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도 확인된다.
이 같은 구조에 신도들이 빠져드는 배경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고립이나 불안 상태에 놓인 개인이 ‘선택받은 집단’이라는 인식을 부여받으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반복적인 메시지 노출을 통해 판단 기준이 내부 논리에 맞춰 재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종말론은 시간 압박을 만들어 합리적 판단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금전 기부는 헌신의 척도로 작용하면서 집단 내 위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환경이 이러한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든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적으로 확인돼 온 전형적인 사이비 포섭 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회와이단연구소 소장은 탁지일 소장은 이단 단체가 종말론을 기반으로 신도 결속을 강화한 뒤 헌신과 금전 요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설명해왔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측도 유사한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상담 사례를 근거로 “가족과의 관계를 끊게 하거나 기존 인간관계를 ‘타락한 세계’로 규정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헌신이 신앙의 척도로 작동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접촉이 이뤄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신뢰 형성과 통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종말론과 금전 요구의 결합 구조를 지적한다. 종교사회학 연구에서는 폐쇄적 집단이 공포 기반 서사를 활용해 개인의 의사결정을 압박하고, 금전 기여를 통해 집단 내 소속감을 강화하는 경향이 반복된다고 분석한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초기 소액 후원에서 시작해 대출과 자산 처분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확대가 다수 사례에서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기반 포교는 접근성과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방송과 커뮤니티를 병행해 신도를 선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한 뒤 금전 요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온라인을 활용한 신종 사기 형태가 기존 사이비 조직 방식과 결합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자금 흐름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인 진술과 계좌 흐름을 토대로 피해 규모와 범행 구조를 확인하고 있다. 추가 피해 여부도 조사 중이다.
